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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4 - 별군

별군, 뒷다리가 꼿꼿해지다, 수술한 지 1년만에!

하반신장애로 일어서지 못하던 별군이는 6개월령에 경추 수술을 받고 마침내 제 힘으로 일어서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뒷다리가 겹질리는 일이 많았다. 걷다가도, 이후 호전되어 달리기를 하다가도 뒷다리가 말리거나 꼬이거나 겹질리면 데구르르 굴러 내가 많이 속상했다.


로컬 병원에서 슬개골이라고 진단하여 수술 받으러 카페 제휴 병원에 갔는데 경추 수술 후유증일 뿐 슬개골은 아니며, 아마 평생 장애로 갖고 갈 것이라고 하여 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지난 주부터 뒷다리가 접히거나 겹질리지는 일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가 구르는 일은 두어 달 전부터 없어졌다. 등이 약간 솟은 건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않았지만, 하반신 신경이 다 살아난만큼 곧 늘씬하게 펴지리라 믿는다.

늠름한 별군이를 보시라.



별군이가 달리는 장면(앞에서 촬영)


별군이가 달리는 장면(뒤에서 촬영)


아래는 2016년 9월 4일에 찍은 동영상이다. 술 취한 듯 흔들흔들 걷는 게 확연하다. 금세라도 넘어질듯 뒤뚱거리면서도 기어이 걸어가는 별군이를 볼 때마다, 이 아이가 과연 제대로 걸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다리 들고 소변을 본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제대로 서 있지 못해 선 채로 흔들거리기도 했으니까. 그러다가 올해 3월 9일경, 다리 들고 소변보기에 성공하더니 이후 성공율이 높아지고, 지금은 마음 먹은 대로 다리를 쳐들고 일을 본다. 한 다리로 서 있을만큼 다리 신경이 살아난 것이다.



아래는 이 날 찍은 사진 중 한 컷이다. 정지한 채 서 있는 게 힘겨운 시절이다. 

뒷다리 오른쪽이 안쪽으로 말려들었다. 속상해서, 이런 사진은 일부러 카페에 올리지 않았었다.

(별군이는 해피엔딩레스큐라는 유기견카페 소속이라서 동정을 자주 올려야 한다.)




입양 보내지 못할까봐 그런 게 아니라 장애견 기르는 이들이 속상해할까봐서 그랬다. 

난 끝내 일어서지 못한 하반신 장애견을 10년간 길러봤기 때문에 별군이를 끝까지 감당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각오했었다. 우리가 별군이 임시보호자로 나설 때 이미 이 아이는 분양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가족들과 각오하고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별군이가 강렬한 의지로 걷기와 달리기를 꾸준히 연습한 끝에 스스로 재활에 성공한 것이다. 별군이는 살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다.


- 다리 들고 소변 보는 장면을 첫 촬영한 사진. 20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