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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아직도 일제 잔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여당 대표라니...

얼마 전에 여당 대표로 있는 한 여성이 야당을 비난하면서, '어서 빨리 버려야 할 가장 더러운 일본말' 중 하나인 '뗑깡'이란 단어를 던졌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멋대로 쓴 것같다. 안다면 쓸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말 국어사전에 올라와 있는 한자어의 대부분이 일제 때 들어온 일본 한자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제가 뿌린 말의 독은 해방 후에 태어난 '저 여인'의 뇌까지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뗑강은 일본어 '癲癎'의 발음인 'てんかん'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간질이라는 질병으로 알려졌는데, 이마저도 우리나라에서는 뇌전증으로 고쳐진 지 오래 되었다. 두뇌에 미세전류가 급격히 흐를 때 두뇌시스템이 다운되는 과정을 가리키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몸부림치며 입에 거품을 물고 괴성을 지른다. 그래서 '지랄한다'는 말이 나왔듯이 일본에서는 이 상태를 뗑강이라고 한 것이다. 지금은 뇌전증 치료약이 발달해 좀처럼 보기 드물지만 수십 년 전에는 동네마다 이런 환자들이 한 명쯤 있었다.

이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같이 이 질병의 증상을 가리키는 이런 더러운 말을 더 쓰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집권 여당 대표란 사람이 이러한 언어의 배경조차 모른 채 언어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 나라 정치의 품격이 어느 정도인가 보여주는 저급한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정치판에는 사기꾼, 브로커, 양아치, 사이코패스, 자폐스펙트럼환자, 종, 깡패, 거짓말쟁이, 파충류, 포유류, 이간질 전문가 등 온갖 잡인이 몰려들어 늘 침이 튀기고가끔 피도 튀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도덕성이 강하고 자비심이 강하고, 그러면서도 싸움 잘하는 엘리트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면 그런 쓰레기들에게 지거나 밟히거나 쫓겨나서는 안되니 그럴수록 더 공부하고 단련하라고 권한다. 그런 저질들이 노리는 건, 정치판은 진흙탕이니 들어오지 말라, 그것이다. 그래야 자기들끼리 주거니받거니 분탕질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조선총독부가 일본어사전을 번역해서 조선어사전이라고 꾸며 찍어돌렸다. 이런 사전 읽고 말 배우고 글 배워 출세한 사람들이 아직도 일본어를 입에 달고 산다.


- 내가 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위즈덤하우스)> 2017년 개정판에서 이 항목을 없애려고 지운 흔적.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 없어진 줄 알고 빼려 했는데, 여당 대표가 버젓이 쓰는 걸 보니 한 판(약 3년)은 더 둬야 할지 판단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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