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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이러고도 한글 우수성만 자랑하는가

우리말은 사람으로 치면 아직 백년 정도 밖에 안된 어린애에 불과하다.

늘 하는 말이지만 백년 전 우리 글을 현대 한국인은 잘 읽지 못한다. 심지어 1919년에 발표된 기미독립선언문도 못읽는다.

1776년에 씌어진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초등학생 교과서에 나와 모든 미국민이 배우지만 우리는 백년도 안된 독립선언물을 번역해서 읽어야 한다.


<우리말의 과거와 미래> 

- 이 글 속에 기미독립선언서와 미국 독립선언문 원본 사진이 들어 있다. 보면 기가 막힐 것이다.


시간이 없어 오늘 짧게 적자면, 아침에 논문 하나 읽다가 한숨이 나와 이 글을 적는다.

도대체 우리말로 논문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을 내가 여러 번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알지 못했다.

소설가인 내가 사전편찬자의 길에 한 발을 걸친 게 1994년, 어느덧 22년이 되었지만 겨우 사전 10권 만든 게 전부다. 아직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까마득하다. 하지만 시간도 자금도 부족하다. 이 현실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이가 드물어 어렵사리, 여러 해 끙끙거려 책을 내놓아도 그 중요성을 아는 이가 드물다.




- 왼쪽은 작년에 출간된 것이고, 오른쪽은 1994년부터 나온 것으로 5판 정도 내었으며, 내년 초 증보판이 나온다.

하지만 나머지 다섯 권은 출판사에서 일년 넘게 잠들어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내가 왜 이리 절망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토씨 빼놓고는 모두 영어다. 우리말이 이처럼 형편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 논문 저작자가 영어를 과잉 사용한 것인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다. 나는 다만 해마의 가소성과 평생에 새로 만들어지는 해마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읽기 참 어렵다.

한국 논문집에 발표하는 논문의 사정이 이 정도라면 다른 언어로 쓸 때 어떨지는 눈감아도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