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는 오래 살아 좋겠네>
어느 날, 이종 언니 딸 조카 영우가 다녀갔다.
조카는 기윤이보다 네 살 어리다.
언니와 조카가 돌아간 뒤.
외할머니방에 들어갔던 기윤이가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아니면 텔레비전을 보았는지 아빠가 일하는 서재로 들어와서 한숨을 푹 쉬면서 말한다.
기윤 : (아빠 등을 툭 치면서) 아빠, 영우는 좋겠다.
아빠 : 왜?
기윤 : 나보다 네 살 더 살 거 아니야?
아빠 : (어린애가 벌써 죽음에 대해 생각하나 싶어) 죽는 거 싫어?
기윤 : 싫지. 죽고 싶지 않아. 차라리 내가 더 늦게 태어날걸.
아빠 : (틀림없이 텔레비전에서 귀신 나오는 프로그램을 본 모양이다.) 그래? 사람은 누구나 다 죽어. 할머니도, 아빠도, 엄마도.
기윤 : 그러니까 영우는 좋다는 거지. 맨 나중에 죽을 테니까.
아빠 : 안그래. 여자는 남자보다 열 살 정도 더 살아.
기윤 : 그래? 정말이야?
아빠 : 그럼.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다 돌아가셨는데, 할머니, 외할머니는 살아계시잖아?
기윤 : 호, 그렇구나.
아빠 : 그러고도 넌 죽는 걸 걱정할 거 없어. 이 세상에도 아빠가 먼저 태어나서 너를 기다렸듯이, 죽어서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먼저 죽어 저세상에 가는대로 좋은 집 짓고, 네 방 잘 꾸며놓고서 네가 오기를 천천히 기다릴 거야. 그러니까 죽는 건 무서운 게 아니야.
기윤 : (그래도 죽는 건 싫은 듯) 죽기는 싫어.
그러고는 흥미를 잃은 듯 또 할머니방으로 들어갔다.
![](http://i.blog.empas.com/bioclock/30735064_500x37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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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매같지만, 기윤이는 영우의 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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