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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제사를 줄이기로 했다

난 제사 문화를 그리 좋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소설가이면서, 글 쓰는 재료인 우리말 어휘 연구를 더불어 해온 지 이제 24년이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무슨 어휘든 그 어원을 찾아보고 그 뜻을 가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제사 문제를 알아보니 그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사를 지낼 것인가, 말 것인가?


이 글을 쓴 게 2016년인데, 2017년에 형제들을 설득하여 집안 제사를 특정한 날로 잡아 한 번에 치르자고 의견을 내었다. 큰형이 69세이니 제사에 슬슬 꾀를 낼 나이도 되었는지 뜻밖에도 쉽게 합의되었다. 그래서 2016년 12월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한 번 독제사를 지내드린 뒤 2018년부터 모든 제사를 묶기로 했다.

그래서 정한 것이 4월 3째주 토요일이다. 4월초에는 한식이 있고, 우리 함평이씨 시조, 중시조, 5대조 이상 어른들에 대한 시제(時祭)가 잇따라 있으니 흩어져 있는 기제사를 4월 3째주 토요일에 한꺼번에 모시기로 한 것이다.

몇년 전 어머니가 입원한 뒤로, 사실 남남이나 다름없는 우리 5형제의 부인들이 제사 준비를 하는 걸 지켜보면서 나는 제사를 폐해야겠다고 결심했었다. 

어머니는 제사 흥정 차 장에 나가는 걸 좋아하고, 또 제사 핑계로 자식들을 소집할 수 있어 오히려 제삿날이 오기를 기다리셨는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어머니 아버지 안계신 세상에서 내가 무슨 흥으로 제사를 지낼 것이며 제사 음식을 마련해 누구와 더불어 나눠먹을 것인가.

이렇게 하여 우리집은 제사를 1년에 1회 합동제사로 결정한 것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형제들도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번 설에 조부모, 부모 차례 때 고유를 드렸다. 

- 앞으로 기제사는 없으니 4월 3째주 토요일 저녁에 오세요.  


- 어머니 생전에 외조부모 성묘하고 싶다 하여 눈길 헤치며 업어서 모시고 갔다.

그때 어머니가 외조부모 묘 앞에 엎드려 절을 올리더니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

"내가 우리 명원이만할 때 어머니를 잃었는데, 지금도 엊그제 일만 같다. 마음은 아직 우리 명원이(당시 8살)련만 내가 그만 80이 넘어 갈 때가 되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