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내가 살던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80세 아저씨가 내게 이런 넋두리를 한 적이 있다. 아저씨 땅을 사기로 약속했을 때다. 옆집에서 호시탐탐 사려고 드는데,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그럴 수 없다며 나더러 꼭 사달라고 하면서 주신 말씀이다.
- 아, 알을 스무 개나 넣었는데 한 개도 까질 않고 다 골아버려.
그뒤로도 안좋은 일이 잇따르더니... 그래도 몰랐지. 그런데 멀쩡한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는 거야. 며느리는 나가고... 일이 잘 될 때는 다 잘 될 것같지. 안될 때도 마찬가지로 그렇더라니까. 안되는 신호가 있는데 그걸 모르는 거야.
그래서 아저씨 땅을 샀다.
이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시자 며느리가 내려와 집을 처분해버렸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흔적조차 없이 지워져버렸다.
나도 딸 교육 때문에 마을을 떠나면서 아저씨한테 산 땅을 내놓았는데 그만 평생 싸웠다는 이웃집 아저씨가 사겠다고 나섰다. 그러고나니 누구도 내 땅을 사려하지 않았다. 필요도 없는데 억지로 산 땅이니 하는 수없이 팔았다. 결국 아저씨는 돌아가시고도 졌다.
난 이후 자그마한 일이라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깊이 느끼려 노력한다. 작은 기미 하나로 그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견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CJ 쪽에서 저주굿을 했다는 소문이 들리더니 이건희 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로 삼성병원이 시원찮은 병원이라는 사실이 들통나더니, 최근 아들 이재용이 처음으로 감옥에 다녀왔다.
오늘 삼성이 대규모 투자로 화성 공장을 기공하는데 기공식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거꾸로 내려왔다. 이런 참사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 현수막 회사에서 잘못 단 모양인데, 누구도 살피지 않은 것이다. 삼성하고 일해본 사람이라면 삼성 측이 얼마나 까다롭게 구는지 잘 안다. 그런데 아무도 현수막을 살피지 않은 것이다. 그런 회사는 머지 않아 무슨 일이 난다.
이렇든 저렇든 삼성이 정신 차리고 미래를 향해 치고 나아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사는 용인시는 삼성이 해마다 내는 세금 수천억원을 받아 잘 쓰고 있다. 그러니 그 덕을 보고 사는 셈이다. 부디 여러 위기를 잘 극복하고 국민 기업으로 버텨주기를 희망한다. 그러자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재용은 30년 전의 삼성이 어떻게 오늘의 삼성이 되었는지 학습하기 바란다.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는지 공부하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
교도소 경험으로 만사 귀찮아 체념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코닥, 노키아도 한 순간에 몰락했다.
기운 내기 바란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열심히 살 의무가 있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삶의 무게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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