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7일자 <동아일보> 기사 <가해자의 상처> 중 첫 문단을 고쳐 본다.
- 1945년에 있었던 빌헬름 구스틀로프호 사고는 지금까지 있었던 해양사고 중에서 가장 큰 사고였다.
9000명이 넘게 죽었고 그중에 절반 이상이 아이들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영화로 만들어진 1912년의 타이타닉호 사고에 대해서는 알지만, 그보다 희생자가 대여섯 배 많았던 그 사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 이 글에 <나쁜 글쓰기 습관>이 많이 드러난다.
1. 시제 표현이 나쁘다. 첫 문장에 '있었던'이 두 번 들어갔다. '있던' '일어난' '벌어진' '침몰된' 등으로 고치면 된다. 과거형을 많이 쓰면 글이 무거워진다.
2. 첫 문장에 사고라는 어휘가 세 번 들어갔다. 한 문장에 같은 어휘가 여러 번 들어가면 운율이 죽는다. 고치면 이러하다.
- <1945년의 ... 구스틀로프호 사고는 지금까지 일어난 해양 사건 사고 중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다>
3.<9000명이 넘게 죽었고 그 중에 절반 이상이 아이들이었다>는 맞는 말일까?
위키백과 자료를 보니 9343명이 사망했다. 인터넷에 흔하게 나오는 자료다. 그러면 9343명이라고 적으면 되지 굳이 <9000명이 넘게>라고 쓸 이유가 없다.
'죽었고'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문장이 뒤에 이어질 때는 '죽고'라는 현재형을 써야 한다.
<절반 이상이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과연 정확할까? 아니면 선동적인 표현일까?
먼저 이 글에는 어린이의 기준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를 규정한 인천시 기준을 보면 12세 이하의 사람을 가리킨다. 이 필자는 어떤 근거로 어린이 기준을 따졌을까?
이 문장은 <9343명이 죽고 이중에는 어린이가 많았다고 한다> 정도로 고쳐야 한다.
4.구스틀로프호 희생자는 타이타닉 희생자보다 <대여섯 배> 많았을까?
타이타닉호 희생자는 1514명, 구스틀로프호 희생자는 9343명이 다. 계산하면 6.17배다. 그렇다면 '6배가 넘는' 약 '6배의'로 써야 한다.
* 글은 뇌지도다. 그 사람이 생각할 때 어느 부위의 시냅스가 사용되었는지, 어떤 신경세포들이 동원됐는지 정확하게 드러난다. 좋은 상품 만드는 장인들처럼 글도 잘 다듬고 닦아야 한다.
- 도자기를 굽다 보면 온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옹기는 옹기대로, 청자는 청자대로, 백자는 백자대로 알맞은 온도가 있다.
크리스탈을 원한다면, 그래서 투명한 유리 같은 석영을 얻고 싶다면 더 온도를 올려야만 한다.
글도 그렇다. 옹기 같은 글이 있고 청자 같은 글이 있고 백자 같은 글이 있고 석영 크리스탈 같은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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