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중앙일보 기사 일부를 보고 뒤에 내 코멘트를 보시라.
대표들은 비밀이 보장되는 별도의 기표소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A4 용지 크기의 분홍색 투표용지에 인쇄된 찬성 반대 기권 중 한 곳에 전용 펜으로 색칠했다. 시 주석이 찬성에 표기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를 붉은색의 전자투표함에 넣어 투표용지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투표용지는 중국어뿐 아니라 조선어 등 소수민족 7개 언어도 같이 있었다.
방식은 무기명 기표 전자투표 방식이었지만 사실상 공개 투표였다. 회의 시작 20분 전 안내 방송을 통해 “투표용지를 접지 말고, 훼손하지 말고 젖게 하지 말라”고 두 차례 안내했다. “투표용지를 면이 보이도록 똑바로 세워 투표함에 넣으라”는 지시도 나왔다. 회의 시작 이후 투표 직전 다시 “투표용지를 접지 말라”고 강조했다.
전자시스템을 통해 투표 결과를 정확히 판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다수 대표는 투표 결과가 보이도록 투표용지를 손에 든 채 줄을 서 투표 순서를 기다렸다. 최고지도부인 당 상무위원, 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원까지 마찬가지였다.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는데 몇 가지 오류가 있다.
1. 전자투표함 ; 투표함은 그야말로 투표지를 넣는 함이다. 전자투표와 전자투표함에 오해의 여지가 있다. 이 사람들은 손투표를 했다. 그나마도 찬반에 도장을 찍어 기표하는 것이 아니라 펜으로 찬성 칸을 색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투표용지 전자인식함> 정도로 확실히 적어주는 게 좋다.
2. 조선어라니? 투표용지에는 간체, 한글, 파사파 문자, 키릴 문자 등의 문자가 적혀 있겠지. 조선어라고 하면 문자가 언어가 아닌 것은 물론 누구 마음대로 우리말을 조선어라고 하는가. 적어도 한국어라고 적든지 우리말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저 뭐든 남 따라하면 안된다. 반드시 주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
(한편 중앙일보의 다른 기자가 쓴 기사에는 <한글과 한자 등 8개 언어로 된 투표용지 든 시진핑 주석>이란 기사가 나온다. 제 정신 가진 기자도 이처럼 반드시 있다. 고맙다.)
그건 그렇고, 시진핑은 스스로 음침한 죽음의 계곡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투표 방식을 보면, 기표한 게 보이도록 손으로 든 채 줄 서서 기다려 투표함에 넣는 건데, 그러면 찬반이 다 보인다. 지구상 어떤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이런 몰상식한 투표를 강행할 수 있는 시진핑의 저 시커먼 믿음에 경기가 나려고 한다.
- 이번 중국공산당 전인대에서 쓴 투표용지
반드시 역풍이 분다. 시진핑을 비난하는 게 아니고, 이런 짓을 한 모든 역사인물들이 비참한 결과 앞에 무릎 꿇었다는 사실을 강조하자는 것이다. 중국이 평화로워야 우리나라도 안전하다. 중국 역시 요동이 편안해야 자기들도 편안하다고 말한 바 있다. 피차 평화로우면 오죽 좋으련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참 어렵다. 시대의 흐름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거긴 뭐 휴대폰 없고 SNS 없나. 검색어 막으면 골뱅이도 치고 점도 찍고, 머리 위에 머리 있다.
0525 시진핑은 G10인 올해부터 찬 바람, 억센 바람이 살살 불어오기 시작한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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