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적출된 시각장애견 맥스, 시츄 남아, 9살, 유기견.
분양이 안되어 병원 호텔링 중이라는, 평생 작은 케이지에 갇혀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카페 운영진의 호소를 듣고 할 수없이 내가 나섰다.
4월 21일, 맥스는 벌벌 떨며 낯선 내 품에 안겼다. 한 시간 동안 자동차로 이동하는 내내 헉헉거렸다.
누가 데려가는지, 어디로 가는지 맥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는 자동차에 실린 것이다.
집에 와서도 대소변을 참아가며 눈치를 살폈다. 하루 한 번 소변을 보고, 대변을 보았다.
사료를 주면, 다음에는 굶을 아이처럼 한꺼번에 먹어치웠다.
이름을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맥스가 주인을 보지 못하니 저를 지나갈 때마다 건드려 주었다.
며칠간 나도 맥스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힘이 들었지만, 장애견에 익숙한 내가 힘들다면 도대체 이 세상에서 맥스를 품어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 마음 하나로 버텼다.
여기저기 봄꽃이 피면서 맥스를 안고 다니며 향기를 맡게 했다. 꽃향기, 풀냄새, 흙냄새를 맡게 해주었다.
대소변은 마당에 나가 보도록 훈련시키면서, 그때마다 보상으로 안아서 산책시켰다.
이제 넉 달이 돼간다.
맥스는 내가 주인이라는 걸 안다. 밥 안굶기고 덥지 않게 춥지 않게 보살핀다는 사실도 안다.
떼쓰면 맛있는 간식이 나온다는 귀한 정보도 꿰고 있다. 언제 보채야 하는지도 아는 것같다.
서너 시간에 한번씩 소변 보자, 대변 보자 말할 줄도 안다.
내가 눈뜨면 저도 눈뜨고, 내가 자면 저도 잔다.
맥스는 생체 주기를 주인인 내게 맞춘다.
맥스와 나는 서로 길들여 간다.
별군이는 아빠를 독점하고 싶어 맥스가 아빠 곁으로 다가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저희들끼리 가끔 냄새 맡아가며 놀지만 별군이는 "여기까지!" 이러면서 냉정하게 선을 긋는다.
별군이는, 맥스가 마음에 안들면 그냥 밟고 지나간다.
눈이 없어 시각 정보를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삶이 어떤지 간접 체험하는 중이다.
후각, 미각, 촉각, 청각으로도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인가.
맥스는 아직도 보챌 줄 모른다.
물 달라, 과일 달라(과일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듯)고 할 때 과잉 몸짓이 있다.
덥다, 춥다에도 민감하다.
아직 만져달라, 안아달라 칭얼거리지 않는다.
별군이는 굶어도 좋으니 목말라도 좋으니 무조건 안아만 달라고 칭얼거린다.
- 왼쪽은 눈을 잃기 전의 맥스 사진. 오른쪽이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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