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1446년에 태어났지만 기득권자들의 거부로 19세기에 이르도록 천대를 받았다.
왕실, 사대부, 유림, 군부가 서로 짜고 한문으로 벽을 쌓고 그물을 쳐 일반 백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막은 것이다.
우리말을 한글로 적으면 머슴 노비 기생들까지 다 알아들으니, 일부러 중국 한자와 중국 한문으로 암호처럼 적어 자기들끼리 이익을 독점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존 로스라는 한 눈치없는 스코틀랜드 목사가 성경을 우리말과 한글로 번역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한글과 우리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1887년의 일이다. 이때까지 441년 동안 한글은 여자들이 몰래 쓰는 일기나 편지에 이용될 뿐 공문서 어디에도 쓰이지 못했다. 한글을 발명한 세종 이도가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었다.
사나흘만 공부하면 자기 뜻을 글로 적고 읽을 수 있으니 이런 기적이 어디 있었겠는가.
이 쉬운 걸 막아놓고 수십 년 공부해야 겨우 자기 뜻을 한문으로 적고, 공직에 나갈 수 있던 조선시대에 존 로스의 한글성경이 세상을 확 뒤집어 엎는 천지개벽 사건이었다.
하지만 기득권자들이 어디 바본가.
이 바보들 덕분에 조선이 망하고 일제에 강점되자 주저없이 친일파로 변신한 '한문옹호론자'들은 대뜸 일본 한자어를 수입해다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도 법률 행정 용어에는 일본 한자어 투성이다. 그걸 한자도 안적어 놓고 한글로 표기하니, 한자 좀 안다는 사람조차 그 뜻을 모른다. 작가들 중에서도 어려운 일본 한자어 써놓고 저 스스로 품격이 있는 줄 착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오늘날의 법조계 공무원들은 일제 한자어를 그들만의 암호로 쓰고 있다. 그래놓고 국민들의 접근을 막는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드글드글한 국회에서 아무도 우리말로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민주화 운동했다는 법조인이 그렇게 많아도 그들의 전문 암호를 고쳐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소설가로 평생을 살아가는 나조차 법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은어 사전을 만들어 오고 있다. 아마 내년에는 펴낼 것같다. 궁중, 백정, 남사당, 보부상, 무당 등 보안이 필요한 집단에서 은어를 만들어 쓴다. 대체 법률가와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뭘 속이고 숨기고 싶어 일제한자어를 아직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전범 깃발 단 일본 자위대는 못오게 한다면 왜 입으로, 글로 일본한자어를 쓰는가? 관함식? 그거 일본한자어다. かんかんしき.
일본 해상 자위대 관함식에 우리 해군 함정을 두 척이나 보낸 것들이 이제 와서 무슨...
* 일본 해상 자위대 함대사열(Fleet Review)에 우리 구축함 대조영함이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는 왜 아무 말 없었음? 2002년, 2015년 두 번이나.
* 함대 사열 : Fleet Review, 일본말로 관함식
- 일본 해상 자위대의 함대 사열(일본말로 관함식)에 참가한 한국 구축함 대조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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