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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한글 못쓰게 한 사람은 최만리만이 아니었다

김설믜란 사람이 있다. 이 이름이 표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속상하단다.

공병우 박사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세벌식타자기(발명품이라 붙여 씀)를 발명하여 한글 타자를 최고 수준으로 올린 공병우 박사는, 공무원 집단에게 왕따당해 결국 우리 나라에서 세벌식 자판이 사라졌다.

요즘 5G 시대를 맞아 나도 세벌식 자판을 구해 쓰려던 참에 김설믜 씨 고민이 담긴 기사를 보았다.(글을 쓰다보면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 정리되었는데도 자판기로 옮겨적는데 너무 시간이 걸려 더 빠르게 옮기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한글의 장점은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사대부들은 철저히 한글을 뭉개 19세기까지 공적으로 쓰이지 못하도록 했다. 즉 한글을 못쓰게 한 사람은 최만리만이 아니었다.

공병우 타자기도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칠 수있는 타자기 혹은 자판을 공무원들이 거부했다.
초성 중성 종성 중 종성이 없는 소리에는 빈 칸으로 두는 공병우 식은 '모조 변조가 우려된다'는 우려로 한글을 완성자로 치는 네벌식 타자를 정부표준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하찮은 이유로 한글의 가장 큰 장점인 속도를 죽이고, 무슨 소리든지 다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을 2350자만 쓸 수 있게 틀어막았다. 한글표기가 가능한 글자는 1만 1172자인데 공무원들이 이걸 못쓰게 틀어막은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믜 자를 쓸 수가 없었다.

2010년에야 겨우 이 족쇄가 풀려 이제는 웬만한 글자는 다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믜도 적는다. 민간에는 아직도 안되는 글자가 수두룩하다. 한글을 한글답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뭐든 감추고 숨기고 묶는 자, 그가 나쁜 놈이다.

* 한글기계화란 이름으로 세벌식 타자 방식을 없애버린 1969년 8월 13일, 국무총리(대통령 박정희, 국무총리 정일권) 훈령 원본. 이때부터 우리는 한글을 한자처럼 정해진 글자만 쓸 수 있게 되었다. 상용한자 3000자처럼.

예를 들어 믜란 글자는 없기 때문에 므만 찍히고 자판이 넘어간다. 그래서 므ㅣ라고 쳐야 했다.


* 공병우와 공병우 타자기. 이 타자기로 모든 글자를 다 칠 수 있었다. 하지만 1969년 박정희 정부는 한글을 딱 2350자만 쓰도록 틀어막았다.* 공병우와 공병우 타자기. 이 타자기로 모든 글자를 다 칠 수 있었다. 하지만 1969년 박정희 정부는 한글을 딱 2350자만 쓰도록 틀어막았다. 공병우 타자기를 가장 잘 쓴 사람들은 인민군이었다고 한다. 육이오전쟁 중에 공병우 씨를 잡아다가 타자기를 개발시킬 정도로 그들은 적극적이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