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는 일이 있어 이천에 다녀왔다.
별군이도 맥스도 바람 좀 쐬러가자 하여 마침 쌀축제가 열리고 있는 설봉공원을 거닐었다.
눈 없는 맥스도 외출을 좋아한다. 보이지는 않아도 색다른 소리가 들리고, 거리에서는 집에서 맡을 수 없는 신기한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잠을 안자고 두리번거린다.
축제라는 게 온통 시끄럽기만 하지 막상 볼거리가 별로 없다.
곳곳에 시끄러운 풍물 뿐이라 별군이가 짜증을 내어 조용한 데를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두뇌 기능 유지용으로 오미자와 목이버섯을 샀다.
아직 머리 쓸 일이 많으니 누구보다 더 두뇌영양에 집중해야 한다.
집에 돌아오니 미얀마에서 부음이 와 있다.
작년 11월 3일부터 며칠간 아나파나 사티를 지도하고, 우리 병아리들의 탁발을 이끄신 노스님께서 오늘 오후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고속도로 쭉 뻗은 길에서 그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통역 Zaw가 말하기를, 그 스님은 무슨 질문이든 드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큰스님이시란다. 내 서재가 다 불타버린 듯한 기분이다.
- 탁발 나가기 앞서 주의사항을 일러주시는 큰스님.
오른쪽 병아리들은 쿠타라 진철문, 나 태이자, 아사라 김상국 순이다.
우리 삐냐저따 큰스님께서 현장으로 달려가셨다는 소식이 들린다.
도인이 가셨으니 잘 보내드리시리라 믿는다.
현지 SNS에 올라온 교통사고 현장 사진을 보니 처참하다.
렉서스 자동차인데 아주 박살이 났다. 과속 충돌로 보일만큼 차체가 많이 일그러졌다. 에어백은 전후좌우 다 터졌는데, 차체가 심하게 부서지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스님 법구가 수습된 사진도 올라왔는데, 잠이 드신 것처럼 편안하시다.
이런 중에 정 감독님이 전화를 걸어오셨다.
서로 안부를 묻는데, 사모님이 통화하고 싶어 하신단다.
안녕하시냐, 건강하시냐 인사 드리니 울컥 하시며 "몰라?" 반문하신다.
"왜요?" 여쭈니 "나 뇌경색 온 지 3년 됐어. 2년간 병원에 있었어." 하신다.
저런, 가슴이 무너진다.
그냥 어제쯤 전화해서 "나 이제 고생 안해. 오피스텔도 사고, 집도 사고, 땅도 좀 샀어." 하시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2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평생 이웃으로 산다고 믿는 분들인데 나는 어쩌다가 이렇도록 소식을 몰랐단 말인가.
사모님은 "거봐, 몰랐다잖아." 하시며 옆에 서 계실 감독님을 원망하신다.
대화를 해보니 다른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오직 소뇌에 경색이 온 듯하다.
증상이 어떠냐고 물으니 움직일 수 없다신다. 더구나 왼쪽 몸은 쓰지 못하는 상태란다.
"아이고, 선생님. 제가 뇌는 좀 아는 편인데 왜 말씀을 안하셨어요?" 하니 감독님이 말 안하고 계셨단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몇 가지 약 챙겨 다음 주 중으로 가기로 했다.
어머니를 소뇌경색으로 보내드린 지 겨우 2년째다.
사모님은 그러기에는 너무 젊어서 이대로 둘 수가 없다.
내가 머리를 짜내어 기어이 증상을 돌려놓겠다.
내 울타리가 더 무너지면 안된다.
나이 먹어갈수록 울타리가 간절하다.
- 내피도의 황금탑. 만달레이에서 이곳으로 올 때 나도 그 고속도로를 달렸다.
게으르지 말자, 더 열심히 공부하자, 다시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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