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구가 아니다. 불교 신자라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단지 고타마 싯다르타가 가르쳐준대로 오직 진실에만 귀의한다.
그런 내게 스님이라고 나의 스님이 아니며, 절이라고 나의 절이 아니며, 경전이라고 나의 경전이 아니다.
난 오직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우친 반야만 바라본다.
따라서 복잡한 계를 지킬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계를 범할 자유 역시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안다.
나는 2017년, 포유류를 먹지 않겠다고 스스로 맹세했다. 이미 실천 중이었는데 스승 삐냐저따 스님께서 간곡히 다시 부탁하므로 11월부터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제는 식사 약속이 있어도, 초청한 사람들이 알아서 고깃집이 아닌 곳으로 데려가준다. 불편할 텐데 늘 배려해주는 분들이 고맙기 짝이 없다.
나는 포유류 금식을 지키고 있지만 사실은 파충류 역시 먹지 않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1층에 파충류뇌, 2층에 포유류뇌, 3층에 영장류뇌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는 인간과 같은 두뇌를 가진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이유가 있지만 이들과 인간은 아마도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동종 포식과 같은 후유증이 있다고 나는 계산하고 있다.(그 이유는 따로 썼다. 매우 과학적인 다른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올해 11월 16일에 두번째 단기출가를 하면서 한번 더 나를 정화하는 계를 추가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금식 대상에 조류를 포함한다.
알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알에는 신경세포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더 먹어야 할 것같다. 대체 음식을 찾기 전까지만이다. 물론 조류의 고기는 먹지 않는다.
영양 상태를 살펴가며, 또는 대체 음식이 있는지 알아봐가면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한다.
일부 스님들 중에는 극단적인 채식을 하여 몸을 상한 분들이 적지 않다. 나는 더 현명해지려고 계를 지키는 것이지 계를 지키기 위해 지키는 식의 계는 모른다. 내 두뇌를 더 조화롭고 효율적인 기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일 뿐이다.
내 목표는 어류까지 먹지 않는 것인데(곤충은 어차피 먹지 않으니 대상에서 제외하고), 현재는 어렵다. 지금도 민물고기는 먹지 않는데, 내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닷고기다.
어류에서 얻는 오메가-3 지방산(EPA/DHA)이나 미네랄 등에 대한 대안을 아직 확실히 마련하지 못했다. 사촌여동생을 꼬드겨 믿을만한 오메가3 지방산 대체재인 생들기름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니 조금 더 체크를 하겠다. 동생이 샘플 두 병을 보내와 시험 중이다.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65%에 이르고, 벤조피렌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나도 먹고, 남들에게도 권하겠다.
한편 미역, 다시마 등 바닷말 종류로 두뇌영양소를 어디까지 섭취할 수 있는가 알아보는 중이다.
뇌 기능은 내가 잘 아니 내가 판단하겠다.
만일 이 실험이 성공하면 적어도 내년에는 어류까지 완전히 끊을 것이다.
어류까지 금식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나는 말로는 식물성을 먹는다면서 실제로는 식물 외 수많은 단세포 동물을 섭취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는 숱한 미생물이 들어 있다. 이것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식물이라고 해서 생명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단지 크게 나누어 동물이 아닌 식물일 뿐이라서 그렇다. 식물에도 신경세포, 그리고 생체시계가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래도 먹는 걸 근본으로 삼는 중생의 신분으로서 이 업보는 피할 길이 없다. 내게 원소를 직접 분자로 묶어 먹을 수 있는 신통력이 생긴다면 모를까 그러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이러고 보니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게 다른 생명체에게는 폐를 끼치는 일이다. 꼭 외상으로 인생을 사는 것만 같다. 매일매일 숱한 남의 죽음까지 안아가며 살아야만 할 무슨 절대 목표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악착같이 노력하여 반야지혜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런 수고를 겪은 식물, 동물에게 보시공덕을 지을 수 있는 기회라도 줄 수 있으련만, 게으름에 빠져 깨닫지도 못한 채 늙어갈까 겁이 난다.
- 104위 신중탱화. 붓다와 붓다의 제자 500아라한, 도리천 등 우주를 수호하는 천신들.
나는 한번 가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하루하루를 아껴 쓴다.
화엄성중들께서 나를 지켜주기 바란다. 내가 성공하면 널리 회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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