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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생활의 지혜

눈에 출혈이 자주 생길 때

눈에 출혈이 자주 생길 때
생활의 지혜 | 2007/10/29 (월) 22:46
   
1998년인가, 러시아 이르크추크 북방에 있는 선사시대 유적지를 답사하러 갔다가 난데없이 안구건조증에 걸렸다. 꼭 그 지역하고 관련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침 그곳의 건조한 날씨탓(5월초라서 그곳은 이른 봄이었다.)에 한번 발병하더니 겨울만 되면 계속해서 눈의 실핏줄이 교대로 터지곤 했다. 이거 어디 쓴 것같은데...
 
어쨌거나 눈의 실핏줄이 한번 터지면 적어도 일주일은 가야 그 흔적이 가시기 때문에 어디 강연 같은 게 잡혀 있으면 난리가 난다. 선글래스를 쓰고 강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양해를 구해본들 술취한 놈마냥(술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또 술만 먹으면 주정하는 놈들을 워낙 싫어하다보니 저절로 이런 표현이 나오는군) 벌건 눈을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없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안과에 가니 이놈이 하는 말, 안구가 건조해서 그런 거니 인공눈물을 자주 넣으세요, 이런다.(이런 놈이 의사라니. 큰 안과에 가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이 녀석들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백과사전처럼 중얼거리기만 한다. 췌장염 걸렸을 때도 하도 급해서 찾아간 로컬 의사 왈, 체한 거니 링거 좀 맞으면 속이 편안해질 겁니다, 이러더라니까. 링거 맞아도 죽을 것같아 내가 큰 병원으로 택시타고 찾아가 의사들더러 췌장염 같으니 췌장염 수치 검사 좀 해달라고 의뢰했으니 살았지 안그러면 로컬 병원 지저분한 침대에서 죽을 뻔했다.)  물론 눈의 실핏줄이 터지는 원인 중 많은 경우가 안구가 건조해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왜 안구가 건조한지 의사는 그게 궁금하지 않은가? 물어봐도 이놈들은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다. 결국 찍찍 적어댄 처방전이나 들고나와 인공눈물을 사 넣을 수밖에 없다.
 
물론 강연 일정이 잡히면 일주일전부터 매일매일 인공눈물을 넣어 무사히 넘기곤 했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이튿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라곤 한다. 적어도 11월에서 4월초까지는 이런 일이 계속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습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눈물을 늘 사들이는 것도 신경질나고, 원인도 모르고 인공눈물이나 짜 넣는 게 내가 생각해도 너무 속상했다. 그러면 좀 큰 병원에 가 상담을 하든지, 줄을 놓아 아는 의사를 찾아갔더라면 안구출혈 증세를 쉬 치료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일단 별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결명자차를 끓여마시면서 탐구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또 눈에 대해 검색해 눈의 구조 따위를 읽어보았다. 눈이라는 게 생각보다 참 복잡했다. 눈에서 시신경 세포, 두뇌에서 이걸 다루는 뉴런 부위까지 공부하다보니 안구건조증이나 결막염을 치료하는 건 별로 중요해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나는 눈의 실핏줄을 통과하는 혈액이 혹 잘 흐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서 시신경 쪽에 영양이 잘 공급되지 못해 이놈들이 과로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시신경을 다루는 두뇌 부분이 워낙 복잡해서 영양분도 많이 소비하는 모양인데, 내가 그걸 챙겨주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눈에 좋다는 암웨이 제품을 구입해 먹었다. 그러면서 밤에 일찍 자고, 세수도 더 자주하고, 차를 자주 마셨다. 몸에 수분을 좀 더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아, 그런데 인공눈물을 쓰지 않아도 더이상 핏줄이 터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결국 안구건조증을 해결한 건 영양제였다.
그동안 허비한 인공눈물값이면 그 영양제 먹고도 남는 금액인데 지나고 보니 속상하다. 이런 건 의료사고가 아니라 의료유기에 속하는데, 이런 의료유기 의사들 고소하는 방법 없나 모르겠다. 그러면 고소할 자가 하나 더 있다. 내 딸 ADHD라고 하여 엉뚱한 치료를 몇 년 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치료를 놓친 의원, 크지도 않는 키를 큰다고 속여 한약을 먹게 한 한의원 두 군데를 꼭 고소하고 싶은데 말이다. ADHD는 따로 쓰겠지만, 이것도 사실 키 크는 치료만큼이나 사기에 가까운 것이다. 키 크는 치료도 일단 믿지 말고, ADHD에 약 먹으면 집중력 좋아지고 공부잘한다는 말에 속지도 말아야 한다. 지금 생각하면 삼성의료원에 찾아갔을 때 "호르몬 주사를 맞는 치료법이 있으나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가 더 크므로 권하지 못하겠다. 다른 치료법이 없으니 수영 시키고, 줄 넘기 시켜라.  끝." 의사가 이렇게 매정하게 우리 부녀를 몰아냈는데, 생각해보니 그이가 정직한 의사다.
 
어떻게 글이 흘러가는 게 맨 의사들 나무라는 것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다른 분야에서 깨달은 생활의 지혜도 많이 있는데, 내가 아마 의사들한테 억울한 게 많았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는데, 아직 눈이 크게 터진 적은 없다. 가끔 눈에 충혈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때는 오메가-3 지방산을 먹거나 눈 영양제를 먹으면 쉬 가라앉는다. 만일 이 글을 읽은 분 중에 겨울철에 눈이 자주 터지거든 눈에 좋다는 영양제를 구입해 복용해보기를 권한다. 오메가-3 지방산도 좋은데, 위, 십이지장, 췌장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니 육식에 약한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물론 늘 하는 얘기지만 인체는 워낙 다양해서 그 원인도 다양할 수 있다. 영양제를 한 달간 먹었는데도 출혈이 계속 있다면 초고속으로 병원으로 가되, 종합병원이나 검증받은 좋은 안과에 가 진료를 받는 게 좋다. 하여튼 로컬은 가지 말기를. 로컬이 로컬인 이유가 꼭 있더라니깐. 가봐야 돈만 아깝고, 또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오늘의 교훈. 어떤 경우에는 아주 사소한 영양제로 치료되는 질병이 있다. 그런데 의사들은 꼭 복잡한 처방전으로 이상한 약을 먹이려 한다. 이런 데 속지 말아야 한다. 단 '어떤 경우'라는 걸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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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앞에  내가 먹고 안구건조증을 고쳤다는 영양제는 bilberry 라는 허브다. 이베이에서 1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아마 몇 만원 줘야 할 것이다.

- 빌베리(Bil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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