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심은 지 10여년이 지나다 보니 이 나무 저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그런데 은행을 따서 손질하여 전자레인지에 넣어 익혀 먹기까지 너무 번거롭다.
은행을 하루에 네 알 정도씩 20일간 먹고, 10일 쉬고, 또 20일 먹고 10일 쉬기를 반복하라고 자주 권하는데 막상 은행 따는 일이 귀찮다. 밭에 쏟아지고, 개울에 쏟아진 무수한 은행을 보고도 주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 해 두번씩 풀 깎으며 정성 들여 가꾼 은행나무 밭을 돌아보니 여기저기 풍성하게 열매가 맺혀 잘 익었는데, 막상 은행 많이 심어 사람들에게 나눠줘야지 하던 나무 심을 때의 각오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귀찮다는 생각만 머리에 맴돈다. 막내가 벌써 50대 중반을 지나다보니 이젠 형제들 모두 꾀가 나서 밭을 외면한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진다는 게 이런 건 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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