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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전원 이야기

자비란 다른 생명에게 <기회를 주는 것>

11월 1일, 15포기가 자라는 무밭에서 한 포기를 뽑았다.

고맙게도 잘 자랐다.

나는 거름 조금 주고, 무가 올라올 때마다 흙을 북돋아주었을 뿐이다.

9월과 10월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서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11월 들어 날씨가 맑고 낮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서 더 싱싱해진 듯하다.

배추 20포기와 더불어 무밭을 들여다보는 게 큰 재미다.

아무리 자주 살핀다고 무가 자라는데 크게 도움되는 건 없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 내가 즐겁다.

밤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낙엽을 쓸어모아 배추와 배추 사이에 깔아준다. 비닐을 덮지 않은 대신 낙엽이라도 깔아 보온을 해주고 싶어서다.

무와 배추를 길러 딱히 무얼 하고 싶다는 목표는 없다. 먹겠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냥 잘 자라기만 하면 된다. 

깨 열 포기 심었던 건 싸앗을 털어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했다. 내년 봄에 뿌리련다. 차조기도 한 포기 심었는데 역시 씨앗을 거두어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다. 꽃 피는 고무마와 더불어 달라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참이다.


자비경을 자주 읽다보니 다른 생명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겠다.

죄를 지을 기회가 아니라 선업 선과라는 공덕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하나 예외 없이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길건 크건 아니면 중간치건 또는 짧건작건 또는 크건 모든 중생은 행복하라!

눈에 보이는 것이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건또 멀리 살건 가까이 살건태어났건태어나려하고 있건 모든 중생은 행복하라!

- 자비경 중


- 너무 많은 방아깨비(메뚜기)가 모여 들어 우리 배추가 자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곤충들이 저절로 사라지더니 이제는 쑥쑥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