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의 사람들/절 많이 다니면 깨달으려나

이제 사찰 순례는 그만할란다

나는 붓다의 제자 佛子이지 불교 信者가 아니다.

난 뭘 믿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붓다 역시 사사건건 의심하라고 하셨다.

난 붓다를 통해 반야를 깨우치려 할 뿐이다.

붓다는 무신론자였다. 나도 무신론자다. 난 귀신을 믿지 않는다.


붓다의 최후 법문


너희들은 저마다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여라.

이 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희들은 내 가르침을 중심으로 서로 화합하고 공경하며 다투지 말아라.

함께 내 가르침을 지키고 함께 배우며 함께 수행하고 부지런히 힘써 진리의 기쁨을 함께 누려라.

나는 몸소 진리를 깨닫고 너희들을 위해 진리를 말하였다.

너희는 이 진리를 지켜 무슨 일에나 진리대로 행동하여라.

내가 간 후에는 내가 말한 가르침이 곧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덧없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난 2017년에 미얀마에서 테라와다 즉 붓다 당시의 불교 전통에 따라 단기출가하여 비구 체험을 했다.

2018년인 올해도 했다.

두 번 경험하면서 내 태도를 더 분명히 하기로 했다.


나는 한국 사찰은 일부러 찾아다니며 참배하지는 않기로 했다. 더러 하더라도 석가모니 붓다와 아라한을 뵐 뿐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같은 힌두신들은 인정은 하되 굳이 찾아가 경배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런 보살들이 나빠서 안하는 게 아니라 붓다와 붓다의 제자들만 배우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난, 힌두교도가 되어 힌두교를 배울 시간이 없다.


나는 이제, 어머니가 평생 외우시던 천수경을 더 외우지 않으련다. 내가 즐겨 외던 능엄주도 더이상 덮으련다.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에 포위된 사캬 고타마 싯다르타를 보고 싶지도 않다.

또 힌두신들을 잔뜩 늘어놓은 탱화, 불화를 보고 싶지도 않다. 힌두교도들이 보는 걸 뭐라 할 순 없지만 나는 안하겠다.

특히 티벳 무속인 본교에서 온 49재, 천도제 따위에는 일절 관심을 갖지 않겠다. 붓다는 제사 지내지 말라셨고, 사람은 죽으면 환생한다고 했으므로 달리 제사할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환생 문제를 떠나 과학적으로 생각해도 의미가 없다.


다만 대승경전 중 금강경은 비록 붓다가 설한 것은 아니지만 나가르주나(용수) 등의 저작물로 알고 참고 삼아 공부하겠다. 화엄경, 법화경, 능엄경 정도도 공부 대상에서 놓지는 않겠다. 궁금해서 성경까지 읽는 마당에 대승경전을 버릴 필요는 없되 다만 숭상하거나 불설(佛說)이라고 믿는 짓은 하지 않고 그 뜻만 새기겠다.


- 미안마 때퓨국제비파사나 선원에서. 때퓨는 하얀 모래란 뜻이다. 20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