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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5 - 별군 맥스

맥스 입양 이유 중 하나, 100% 이뤄지다

경추장애견 별군이도 힘든데 굳이 눈없는 맥스를 입양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 눈 없는 아이를 위해 눈이 돼주고, 생명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기회를 주어 내 공덕을 쌓는다. 잘 되는 셈이다.


2. 눈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기록을 남기자. 잘 되고 있다. 맥스는 요즘 노래를 부르는 신공까지 익혔다.


3.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나를 더 채찍질하자. 맥스 대소변 가려주고, 사료 주고, 놀아 주려면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나처럼 출퇴근 없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가장 큰 적은 게으름이다. 대개의 전업작가가 작품 몇 권 쓰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게을러서다. 난 그러기 싫다. 덕분에 여름에는 서너 시간에 한 번씩, 겨울철에는 다섯 시간에 한 번씩 소변 혹은 대변 때문에 마당에 나가야 한다. 그때마다 체조를 하고, 맑은 산소를 마시면서 정신을 재정비한다. 일하는 효율이 높아진다.


4. 별군이가 맥스를 보고 경쟁심을 느껴 사료를 잘 먹기를 바랐다. 4월 20일에 맥스를 데려온 이후 별군이는 점점 사료를 많이 먹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그저께는 하루에 똥을 4번 누는 신기록을 세웠다. 오늘도 3번 똥을 누었다. 대성공이다. 4번 누려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계산이 안된다. 지난 여름에 100g 는 걸 확인했는데, 지금은 200g쯤 는 것같다.


5. 별군이가 새침데기라서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교성이 더 향상되기를 바랐다. 무서운 진도개하고도 잘 사귀는 편이긴 하다. 

맥스가 아무것도 다투지 않으니 싸우지 않아 좋지만, 그래서 정도 안생기는 것같다. 맥스는 사료나 간식이나 눈에 보이지 않으니 항상 그릇을 두드려 신호를 줘야만 한다. 그럴 때면 별군이가 냅다 달려들어 맥스 간식을 빼먹는 수가 있는데, 어차피 맥스는 보이지 않으니 별군이가 무슨 짓을 하든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자 우리집은 별군이 독무대다. 멋대로 군다. 맥스를 안아줄 때마다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도리어 아빠 품을 더 찾는다. 틈만 나면 아빠를 찾아와 옷속에 좀 들어가자고 떼를 쓴다. 결국 별군이 때문에 조금 더 귀찮아졌다.


- 지난 여름부터 맥스가 배를 드러내고 잠을 자기 시작한다. 이 집이 우리집이라는 뜻이다.

오른쪽 사진은 품에 안겨 노래를 하는 광경인데, 노래가 표현되지 못해 아쉽다.


- 항상 아빠 가슴에 매달려 산다. 어미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캥거루 새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