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록의 힘/애견일기5 - 별군 맥스

세월호 5주기, 리키 5주기

세월호로 국민적 슬픔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 때쯤이면, 나는 그 무렵에 보낸 유기견 '리키'를 보러 산에 간다. 리키도 5주기다. 사고 이후 생각해보니 리키는 몇 달 전부터 예후가 있었는데 내가 놓친 게 있었다. 병증에 대해 의사에게 더 적극적으로 묻지 않았다. 당일 아침부터 사료를 먹지 않고 물조차 마시지 않을 때 당장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다. 퇴근한 딸이 "아빠, 지금 당장 병원 가. 이러다 리키 죽어." 걱정했지만 병원 문 닫았으니 내일 아침 일찍 가자고 했다. 하지만 증세가 더욱 악화되어 응급병원으로 달렸지만 리키는 그날 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심장이 멈췄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당장 CPR을 해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늦었다. 집으로 돌아와 리키를 안고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는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서 속삭였다. 작은 기미도 흘려보지 않겠다, 더 철저히 살피겠다, 더 따져보겠다,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또 놓치는 게 있고, 또 흘려보는 게 있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헌법 전문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이라고 나온다.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나왔지만 공무원인 대통령, 장관, 경찰, 군인, 국회의원 등은 세월호 침몰 예방에 소홀했고, 구조할 수 있는데도 크게 실패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이 사실을 끝내 외면하여 아직도 그만 우려먹어라, 지겹다는 등 헛소리한다. 세월호 효과가 대단히 크다. 이번 속초 화재가 큰 피해를 내지 않고 진압된 것은, 세월호 이후 국가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최종 책임자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육이오전쟁 때도, 친일독재 때도, 군부독재 때도, 공무원인 우리 군인들이 국민을 쏴죽일 때도, 외환위기 때도 헌법을 배반했다. 피해자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죄해도 부족한 게 당시 집권당 자유한국당의 죄다. 일제 강점, 우리 국민에 대한 강제 징용, 징병, 위안부 징발 등에 아직도 사과하지 않는 일본 극우와 다를 바가 거의 없다. 그렇건만 아직도 그 더러운 입으로 독기를 뿜는 자들이 있다. 이러니 민주당이 뭘 잘못해도 크게 비판할 수가 없다. 종종 집권 민주당 행태를 비판해야 할 일이 많지만 그 반사이익이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인 자유한국당에게 갈까봐 깊이 다루지 못할 때가 많다.


* (위 왼쪽) 리키 (위 오른쪽) 이맘 때면 늘 리키 무덤에 함께 가던 하체 마비견 '바니'. 하지만 바니도 늙어 하늘 간 뒤 화장하여 리키 옆에 묻혔다. (아래 왼쪽) 이제는 다른 유기견 별군이가 함께 간다. 내가 기르는 개들은 다 유기견이고, 장애견이다. 예뻐서 사다 기르는 게 아니라 유기견카페에서 떠맡기면 운명이려니 하고 그냥 기른다. (아래 오른쪽) 시각장애견 맥스는 산에 올라갈 수 없어 임도에서 기다렸다. 눈이 없다 보니 아무 데나 돌아다니지 않아 좋다.


'기록의 힘 > 애견일기5 - 별군 맥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스도 봄을 즐긴다  (0) 2019.05.21
맥스에게도 봄이 왔어요  (0) 2019.04.25
맥스, 손!  (0) 2019.04.11
맥스 같은 삶도 있다  (0) 2019.04.03
유기견 두 마리가 나타났다  (0) 2019.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