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9.5.16-54회 / 대부분 잘 모르는 '한국인 이름 풀이법'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 이재운 / 책이있는마을 / 304쪽 / 신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3년 28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편집디자인 중 / 10년 5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숙어 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증보 중
대부분 잘 모르는 '한국인 이름 풀이법'
한국인이 이름을 짓는 법은 안타깝게도 한자어가 99%이고, 그 한자어도 일본식 작명법인 획수에 따라 막연히 짓는 이름이 대부분이다. 거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가상의 획수로 불리는 셈이다.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나는 결코 일본식 작명법을 쓰지 않는다. 현재 작명소에서 짓는 작명 대부분이 일본식 획수법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신일 뿐이다.
한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그냥 자연물이나 자연상태 등을 이름으로 삼아 썼다. 주몽은 '활 잘 쏘는 사람'이란 뜻이고, 테무친은 '단단하게 벼린 쇠'라는 뜻이다. 몽골, 여진, 인디언 이름과 같은 방식이다.
그런데 한자가 들어오면서 이런 순우리말을 한자로 적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같아서는 안되니 항렬 자를 하나 넣어 자기 이름은 한 자를 골라 쓰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내 이름 이재운 중 李는 함평이씨라는 씨족을 가리키고, 載는 함평이씨 29세라는 뜻이다. 그러니 여기까지는 내 혈족의 위치를 정하는 이름이고, 마지막 雲만이 구름을 뜻하는 내 이름이다. 지금이야 구름이라고 하면 수증기가 올라가 뭉친 것이라고 잘 알지만 옛날에는 비를 내리는 고마운 것으로 이해해서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 하늘의 조화쯤으로 인식했으니, 나름대로 정성껏 지은 이름이긴 하다.
최근에는 내가 굳이 이름 앞에 태이자를 붙여 '태이자 이재운'이라고 하는데, 호 없이 지내온 내가 스승 삐냐저따 스님으로부터 받은 이름이다.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말씀하시던 언어가 팔리어인데,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삐나져따 스님은 국제여래선원에 오셔서 여러 번 묵으셨는데, 그때 이 선원에서 신통자가 한 명 나올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우연히 단기출가 중 스님께서 내게 주신 이름이 태이자다. 법명은 출생 요일에 따라 여러 가지 후보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인데, 삐냐저따 스님은 굳이 태이자를 내 이름으로 정해주신 것이다.
나는 조카들이나 인연 있는 분들의 자녀 이름을 지을 때 주로 왕실작명법을 쓴다. 적어도 500년 조선 시대 내내 양반가들이 지켜온 전통이기 때문이다.
왕실작명법은 약 400자 정도의 글자가 미리 정해져 있다. 이 글자들의 용도는 왕이 죽으면 바치는 시호에 쓸 전문 한자들인데, 왕이 살아서는 백성들이 피휘(왕의 이름과 같은 자는 아무도 쓸 수 없다)하기 힘들다고 거의 쓰이지 않는 벽자를 골라 이름으로 쓰다가 죽으면 널리 쓰이는 한자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 지어 올린다. 그래서 시호에는 최거의 한자들이 동원된다.
이런 문화가 양반가로 내려와 작명법의 기본 원칙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 이후 일본식 사주, 작명, 당사주 등이 마구 들어와 우리 정신을 휘젓더니 오늘날까지도 일본식 작명으로 지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로 내 딸의 이름을 보자.
일단 항렬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보로 따르지 않았다. 순전히 의미만으로 보았다.
내 딸 이름 奇潤은, 기는 大와 可가 합쳐진 글자인데, 大는 크다는 뜻이고, 可는 옳다, 좋다는 뜻이다.
가(可)는 곡괭이나 괭이를 가리키는 정(丁)을 들고 노래하는 걸 뜻한다. 즉 일하면서 즐겁게 노래한다는 뜻이다. 흥이 나서 일을 잘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奇)는 크게 옳다, 뛰어나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기윤은 크게 옳고,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크게 옳은 일을 하는 뛰어난 사람‘이 아주 드물기 때문에 기이하다, 드물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潤은 물이 넘치는 氵(물 수)와 임금이 문 안으로 들어오다는 뜻의 閏을 합친 글자다. 왕은 매달 초하루에 선대 왕들을 모신 종묘를 찾아가 예를 올리는데 대개는 문밖에서 하는데, 윤달이 드는 해의 초하루만은 문 안으로 들어가 예를 올린다. 그래서 윤은 특별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농사에 물이 필요한데 이 물이 충분히 넘칠만큼 있다는 뜻에서, 윤택(潤澤)하다는 뜻으로 변했다. 옛날에 물이 넉넉하면 농사가 잘 되니 ‘살림이 넉넉하다’는 뜻이 된 것이다.
그러니 기윤(奇潤)이란, ‘크게 옳은 일을 하는 뛰어난 사람은 넉넉하게 잘 산다’는 뜻을 갖고 있는 아주 좋은 이름이다.
53회 / 가책을 느낀다는 게 뭔가?
50회 / 사찰의 전(殿), 각(閣)과 궁(宮)은 어떻게 다를까?
49회 / 사찰(寺刹), 사원(寺院), 정사(精舍), 암자(庵子)는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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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 / 우리말의 '과거' 표현법은 무엇인가?
44회 / 나전칠기란 무엇인가?
43회 / 왜 한나라를 한국(漢國), 원나라를 원국(元國)이라고 안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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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 1404년 1월 11일부터 점심을 먹었다
39회 / 세계라는 말에 이렇게 깊은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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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회 / 대충대충 설렁설렁 얼렁뚱땅, 이래 가지고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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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회 / 불고기가 일본말이라고?
33회 / 메리야스가 양말이라고?
32회 / 대체 왜 욱일기라고 불러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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