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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게 하라

  나라를 위해 죽을 수 있게 하라


소방관들이 두 차례에 걸쳐 의사(義死)한 일이 어느새 잊혀지는가 보다. 소방관 몇 명이 죽었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분들의 가치를 너무도 모르고들 있는 것같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제독을 백의종군시키고, 적지에서 분투하다 전사한 원균을 주정뱅이에 색정으로 깎아내리고, 수십 년 독립전쟁에 몸바친 의사(義士)・열사(烈士)들을 좌익으로 몰아죽이고, 육이오 전쟁에 나섰다가 부상당한 상이군경들에게 돌팔매질을 해댄 적이 있었다.
지금도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물리치기 위해 앞장섰던 수많은 의인들의 후손 중 당쟁(黨爭)에 얽혀 잘못 기록된 사료를 들고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제 식민지 기간, 가업을 접고 식구들을 버려둔 채 바람 찬 만주벌판을 말달렸건만 막상 해방된 조국에서는 재산도 날리고, 자식 교육도 시키지 못하여 패가망신(敗家亡身)한 경우도 있었다. 육이오 때 전사한 사람들 중 전사 기록조차 없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인, 범죄자와 격투를 벌이고 있을 경찰, 예측하지 못한 재난 현장에서 땀 흘리는 소방관 들이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다. 수혜자인 국민으로서 우리는 그에 합당한 국민적 존경심과 확실한 원호 의지를 표시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는 회사나 단체처럼 망할 수도 있는 게 아니다. 국가가 망하면 단지 자유만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재산, 목숨, 가족, 사랑, 명예 등 모든 것을 다 빼앗긴다. 각론에 빠져 흔히 총론을 놓치곤 했던 과거사가 자꾸만 생각난다.

 - 2001년 4월 조선일보 일사일언

- 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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