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긴 글을 읽지 않는 것이다. 글이란 주제와 소재에 따라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긴 글은 읽지 않는다. 그러니 나처럼 열권 짜리 대하소설만 여러 질 갖고, 다섯 권 짜리도 많은 소설가는 뒷방으로 물러날 수맊에 없다. 난 소설 한 권이라고 하면 1200매 이상이어야 한다고 배우고 그렇게 썼는데, 요즘은 뭐 800매를 넘으면 안된다는 말까지 들린다. 읽는 건 그렇다 치자. 그럼 쓰는 건 어떤가. 편지지 열 장, 스무 장씩 쓰던 우리 젊은 시절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전설이 되고 말았다. 요즘은 서너 줄 쓰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로는 세상을 들었다놨다 다 할 수 있는데, 그걸 글로 정리하라면 죽어도 못한다. 사실 말로 한 것을 옮겨적다 보면 문법이 틀리고, 어법이 맞지 않고, 문장구조가 뒤틀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말에서는 말 특유의 논리가 있어서 의미 전달이 어렵지 않은데, 글은 똑같은 크기로 억양이나 강약, 장단, 고저 없이 냉정하게 적다 보니 의미 전달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바이오코드 상담사들에게 자주 권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하루 한 편씩 일기를 쓰든 글을 쓰든 하라는 것인데, 실천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살면 텔레비전 켜놓고 누워 과자부스러기나 먹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바이오코드는 뇌과학에서 나온 것인데, 그 뇌를 방치하면 플라그가 끼어 못쓰게 된다.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바이오코드는 절차탁마할 때 날이 서고 빛이 나는 도구다. 잊지 마시기 바란다. 소설가도 석 달만 손 놓으면 글 다시 쓰기 어렵고, 화가가 석 달만 붓을 놓으면 그림 다시 그리기 어렵고, 가수가 석 달만 노래 안부르면 다시 무대 서기 어렵고, 야구 투수가 석 달만 공 안 던지면 다시 마운드에 서기 어렵다. - 이 매화, 설렁설렁 대충대충 살아도 이렇게 필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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