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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사람들/황금탑

천신이 묻다 - 상윳따니까야

천신이 묻다

- 상윳따니까야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처음에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시고 나서 우루벨라 마을 근처 네란자라 강변에 있는, 염소치기의 니그로다 나무 아래에 머물렀다.


2. 그때 고타마 싯다르타가 한적한 곳으로 가서 홀로 앉아 있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마음에서 일어났다.

"내가 깨달은 이 법은 심오하여 알아차리기도 이해하기도 힘들다. 평화롭고 숭고하며, 단순한 사유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그 뜻이 미묘하여 오로지 현명한 사람만이 겨우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감각의 쾌락을 좋아하고, 그 쾌락에 물들어 있고, 쾌락에 탐닉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연기(緣起)'를 알아듣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탐진치(貪瞋痴)와 계정혜(恐盲癡)를 아는 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비록 내가 법을 가르친다 하더라도 저들이 내 말을 완전하게 알지 못한다면, 내가 피로하고 성가실 뿐이다.


3. 고타마 싯다르타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어렵게 깨달았는데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을까?

욕망과 분노로 가득한 사람들이 이 법을  깨닫기란 대단히 어렵다.

욕망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빠진 사람들은 결코 알아듣지 못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그가 깨달은 내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해나갔다. 


4. 그때 범천 samyutta는 고타마 싯다르타가 일으킨 마음을 들여다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오, 세상은 끝이로구나. 세상은 파멸하는구나.

고타마 싯다르타께서 깨달음을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결심하시다니!‘

범천 samyutta는 마치 힘센 사람이 구부렸던 팔을 쭈욱 펴고, 폈던 팔을 구부리는 것처럼

재주를 부려 범천 세상에서 나와 고타마 싯다르타 앞에 형상을 드러냈다.

‘고타마여, 깨달음을 설하소서.

눈에 먼지가 적은 중생들도 있습니다.

중생이 아무도 법을 듣지 않으면 기어이 파멸할 것입니다.

누군가 법을 듣고 구경의 지혜를 깨우칠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5. 범천 samyutta는 또 말씀드렸다.

“때 묻은 사람들이 억지로 만든 청정치 못한 법이 전에 마가다에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어서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불사(不死)의 문을 여소서.

깨달으신 법을 듣게 하소서.

마치 산꼭대기에 서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듯이

지혜로운 분이시여, 법으로 충만한 궁전에 오르소서.

세상을 모두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신 분이시여,

슬픔을 제거한 고타마께서는 생로병사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굽어 살피소서.

일어서소서, 영웅이시여

탐진치 전쟁에서 승리하신 분이시여

세상을 유행(遊行)하소서.

고타마께서는 법을 설하소서.

구경의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6. 그러자 고타마 싯다르타는 범천의 간청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고타마는 중생에 대한 연민을 차마 떨칠 수 없어 사바 세상을 천안(天眼)으로 세상을 두루 살펴보셨다. 

중생들 가운데 때가 엷게 낀 사람도 때가 두껍게 낀 사람도 있었다. 근기가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있었다.

선량한 사람, 나쁜 사람, 가르치기 쉬운 사람, 가르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어떤 청련이나 홍련이나 백련은 물에서 생겨나 물에서 성장하고 물에 잠겨 그 속에서만 자란다.

어떤 청련이나 홍련이나 백련은 물속에서 생겨나 물속에서 성장하여 물의 표면에 닿는다.

어떤 청련이나 홍련이나 백련은 물에서 생겨나 물에서 성장하여 물로부터 벗어나서 당당하게 서서 물에 젖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타마께서는 천안으로 세상을 두루 살펴보면서 중생 가운데는 눈에 때가 엷게 낀 사람도, 때가 두껍게 낀 사람도 있고, 근기가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있고, 선량한 자질을 가진 사람, 나쁜 자질을 가진 사람, 가르치기 쉬운 사람, 가르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는 걸 아셨다.


7. 이렇게 보신 뒤 고타마는 samyutta 범천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그들에게 불사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귀를 가진 자라면 먼저 잘못된 믿음부터 버려라.

잘못된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 내 말이 그들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범천이여, 이 미묘하고 숭고한 법을 설해봐야 내가 피로해질 뿐이라서 굳이 가르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8. 그러자 samyutta 범천은 ‘나는 고타마께서 법을 설하시도록 기회를 만들어 드렸다.‘라고 생각하고

고타마에게 절을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 경의를 표한 뒤 그곳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