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앙대 문예창작과와 대학원을 나와 줄곧 소설만 쓰고 살았는데,
이따금 "사전은 굳이 왜 만드나? 국어전공자도 많은데?"
"바이오코드는 왜 만드나? 심리학자도 많은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 친구 중에 수묵화가 김호석이 있습니다.
함께 몽골 답사를 몇 번 갔는데, 그때마다 이 친구는 타르박이라는 대형 토끼 수염을 모으고,
사막에 가면 고운 모래를 페트병에 담습니다.
왜 그러냐 물으니 토끼수염으로는 붓을 만들 거고, 모래흙으로는 사람 얼굴 표현할 때 쓸 거라더군요.
우리 동네에 사는 불모 친구는 지난 달에 버드나무를 잘라다가 숯을 많이 구웠습니다.
"사다 쓰면 되지 뭘?" 하니 "내 손으로 물감을 만들어 쓰고 싶다"네요.
그렇습니다. 화가는 물감과 붓과 종이를 좋은 것으로 써야 합니다.
소설가는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일이니 아무 재료가 없어도 될까요?
아닙니다. 우리말을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말과 지식 등이 재료입니다.
물감이나 재료에 A급 있고 B급 있듯이 우리말에도 그런 개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4년 전부터 제가 직접 사전을 만들어 씁니다.
저밖에 갖고 있지 않은 사전들입니다.
바이오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주로 역사인물을 소설로 많이 써왔는데, 그 인물의 성격을 알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순신을 김훈이 쓰면 김훈이 이순신이고, 박종화가 쓰면 박종화가 이순신이고,
이문열이 쓰면 이문열이 이순신입니다.
꼭 화가들이 주인공 얼굴을 제 얼굴처럼 그려놓듯이 글도 그렇습니다.
저는 그러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진짜 성격을 알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30년째 성격분석 프로그램을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뜻하지 않은 두뇌의 비밀까지 알게 되었지만, 시작은 그랬습니다.
사람 사는 게 뭐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 최근 받은 질문 "출가하실 겁니까?" 아닙니다.
해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겨울마다 두 번 단기출가 다녀왔는데 주변에서 언제 출가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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