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끝에 겨울비가 내리는 밖을 내다보니 40년 전 일이 생각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겨울비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썼는데, 대학 1학년 때 실기 품평용으로 들고다니다 내다 버렸다.
고등학교 때 쓴 장편소설이 두 종인데, 결국 다 버렸다.
그 시절 나를 먹여주던 이모, 학비 대주던 이종형, 돈이 없어 이모집에 무작정 나를 데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가버린 어머니 들이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알츠하이머 걸리면 모든 걸 다 버릴 수밖에 없는데, 자기 이름마저 자기 나이마저 자기 가족마저 다 버리는데, 150여 권 저술 가운데 다 버리는 건 너무 슬프고, 딱 열 종만 남겨야겠다. 천하의 화가, 저술가, 시인도 세상에 남기는 작품은 열 편 안쪽이더라.
스승들을 돌아보아도 결국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작품 헤아려 봐야 딱 그 정도고, 그나마 한두 종도 기억나지 않는 선생들이 더 많다. 죽기도 전에 그 이름이 아주 사라진 교수들까지 어럿 있으니 어쩌면 열 종만 남기겠다는 이 의지도 희망사항일지 모른다.
* 내가 참 좋아하는 니콜라이 테슬라. 왼쪽사진처럼 도도하기 짝이 없던 그도 죽을 때는 오른쪽 사진처럼 폐인이 되어 쓸쓸하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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