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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애견일기5 - 별군 맥스

맥스에게 삶이란 무슨 의미일까

2010년생으로 추정되는 맥스가 2018년 4월 21일, 9살 나이가 되어, 두 눈이 없는 장애견 상태로 내게 왔다.

맥스가 만일 두 눈을 잃지 않았으면 아마 나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두 눈이 없다는 게 맥스와 나를 잇는 줄이었다.


내게 온 지 이제 만 2년이 지났다. 

요즘에는 산책 나가자고 요구를 한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소변이고 대변이고 꾹 참아가며 눈치만 보던 맥스, 극심한 스트레스와 또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제는 진심이 전해졌는지 일 없이도 밖에 나가 바람 쐬자, 새소리라도 들어보자고 요구한다.

저를 안아 들고 마당에 나가면 흥흥거리기도 하고, 유모차에 태워 끌고 다니면 머리를 번쩍 쳐들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기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끔 생각해본다.

눈이 없는 맥스, 성대 수술이 되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맥스에게 생존이란 무엇인가.

저를 하루라도 더 건강하게 살게 하려는 주인을 만났지만 맥스는 막상 산책하고, 먹고, 잠자는 것 말고는 별로 하는 게 없다.

내가 텔레비전을 볼 때면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 리 없다.

함께 사는 별군이가 있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별군이가 저를 밟고 지나가도 그런가 보다 할 뿐, 그다지 반응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에게 살아 느낄 기회를 주자는 것이 내 생각이고, 붓다의 생각이다.

그래서 맥스는 무엇을 느끼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별군이야 온갖 참견 다하고, 자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하니 그렇다 치지만 맥스는 정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 편이지만 그 요구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 목마르다, 배고프다, 대소변 마렵다, 춥다, 덥다, 그리고 답답하니 산책가자, 이런 정도다.

맥스가 원하는대로 해주자는 것이 내 생각이고,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생명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만, 생명의 역사는 그것을 절제하고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길을 걸어왔다.

맥스를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욕망의 편도체가 어떻게 움직이나 살피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저 사람은 왜 저리 악을 쓸까, 저 사람은 왜 저리 숨길까, 관찰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 또 나를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