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는 1920년 식민통치를 위해 <조선어사전>을 발간했다.
1911년 책임자 小田幹治郞을 포함해 16명(일본인 6, 한국인 10명)이 작업을 시작했다.
일본인과 한국인을 위해 2개 국어로 원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전 어휘 작업을 하던 사람들이 “조선인을 위해서 특히 조선어사전을 작성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한-일 대역사전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조선어사전을 만들지 않은 채 일본어사전을 번역하기로 한 것이다.
초판 1천부를 찍어 관련기관에 배포하였다. 이게 1920년이다. 일반에는 배포되지 않아 우리말이 오염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8년 뒤인 1928년에 보급판을 찍어 여러 곳에 돌렸다. 비로소 일본 한자어가 우리나라에 확 퍼진 것이다.
이로써 일본어사전은 이름만 조선어사전이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나라에 퍼졌다.
해방 뒤에 나온 거의모든 한국어사전은 조선총독부 사전을 기초로 했다.
너무 부끄러워 이 비판은 따로 하지 않는다.
난 어려서부터 한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국아사전에 나오는 한자어 풀이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이 일본어사전을 베낀 것이라서 그렇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대학에서 소설을 쓰겠다고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시론을 전공한 내가 그만 우리 한자어라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친구들은, 작가들은, 시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오렴된 우리 한자어를 마구 썼다.
난 스물대여섯 살부터 '그녀'라는 일본어를 쓰지 않는다. 내 글에는 일본 한자어도 웬만하면 우리말로 풀어쓴다.
내 소설 문제가 짧고, 대부분 우리말로 쓰거나, 한자어를 써도 널리 쓰이는 쉬운 말만 쓰는 걸 보고 일본어사전에 중독된 사람들은 한자를 많이 써서 글을 중후하게 하라, 내 글이 너무 가볍다, 묵직하지 않다 등등 참견이 많았다.
말하자면 이문열이나 김훈처럼 일반 독자들이 구경하지 못한 어려운 한자어를 즐겨 써야 독자들이 '훌륭한 작가'인 줄 안다는 것이다. 천만에! 내 소설은 거듭 인쇄되고, 팔팔하게 살아 있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대개 초판으로 절판된다. 나중에 내보려고 해도 한자어가 너무 많아 독자들이 읽어내질 못한다.
말에는 도량형이 있다.
30여년의 노력으로 <도량형사전>을 만들어 나 혼자 쓰는데, 말의 도량형이 틀리면 글이 진실해지지 못한다.
수효나 수를 숫자로 잘못 쓰거나, 한나절을 굳이 반나절로 표기하여 정체불명의 단어로 만드는 도량형의 오류가 너무나 많다.
나는 2020년을 목표로 우리말 사전 독립운동을 해오고 있다.
<우리말 잡학사전(순우리말 위주)> <우리말 어원사전> <우리 한자어 사전> <우리말 숙어사전>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하전>을 출간하고, <우리말 도량형사전> <우리 궁중어 사전> 그외 사전 서너 종 등은 찾는 이가 적어 나만 보고 있다.
내가 만든 모든 사전을 하나로 묶어 우리말큰사전을 만드는 게 내 목표인데, 2020년에 끝을 내기는 어려울 것같다. 그래서 총독부 사전이 민간에 배포된 1928년을 기준 삼아 2028년까지 더 노력해보겠다.
내가 직업 소설가이다 보니 사전 편찬에 전념하기 어려워 30여년 노력에도 이렇게 더디다.
나 스스로 채근해보지만 시간을 쥐어짜도 이렇게 어렵다.
뜻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작업을 도와주기 바란다. 이미 출판된 책들을 사주는 것도 내게 큰힘이 된다. 출판사도 책을 팔아야 운영이 되고, 그래야 다른 사전을 출간해줄 수 있다. 사전 출판 비용은 일반 단행본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
나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한 한 푼도 보조받지 않고 있다. 전에 우리말 역순사전 만든 이들은 거액을 지원받아 그 사전을 만들었다는데, 난 필요한 사전이라면 독자들이 알아서 사줄 거라 생각하고 시장에 맡겨왔다. 지금까지 20만 부 이상 팔렸으니 그 덕분에 지금까지 사전 편찬 작업을 해오는 것이다.
2028년, 내 새 목표다.
2020년에 마치지 못해 나 자신도 실망스럽지만 기다리고 있을 독자들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 #상대적이며절대적인우리말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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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한자어사전
- #우리말숙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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