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입춘은 2월 4일이었는데, 올해는 어제 오후 11시 58분에 시작되었다. 천문학적으로 세성인 목성이 미(尾) 3도 1분 15초에서부터 석목(析木)의 차(次)에 들을 때를 입춘, 즉 봄이 선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을 12구역으로 나누어(分野) 늘어놓았는데(列次), 그 가운데 미(尾) 3도 1분 15초에 들어왔다는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입춘대길의 吉은 알고 넘어가자. 자주 쓰는 말인데도 아는 이가 드물다.
대법원장이란 놈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하는 세상에, 吉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쓴다고 크게 흉되는 건 아니다.
'길하다'는 '슬기로운 이가 시키는대로 따르면 좋다'는 뜻이다.
놀랐지?
누가 슬기로운 이냐?
<경험 많은 전문가>가 주로 그런 이들인데, 그중에서 종놈은 빼고 주인으로 사는 사람을 가리킨다.
평생 판결하는 인생 살고도 종으로 죽는 놈도 있으니까, 그런 놈은 '슬기로운 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2020.2.4
오후 6시 3분이 입춘시각이다.
입춘방 붙이기 전에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입춘에 즐겨 쓰이는 글귀가 <입춘대길 만사형통>인데, 여기서 길(吉)과 형(亨) 두 자만 새긴다.
어차피 입춘을 맞아 크게 길하라, 모든 일이 다 형통해라이니 이 두 자만 알면 뜻을 새길 수 있다.
길(吉) - 도끼나 검을 들고 다니는 무사(士)가 입(口)으로 하는 말을 따르면 좋다는 뜻이다. 고대전투에서 전문 무사 집단인 선비(士)는 친척이나 마을주민들을 이끌어 전쟁에 앞장섰는데, 이때 지휘하는 선비 말을 잘 듣고 따라야 목숨을 지키고 싸움에 이기는 데서 ‘시키는대로 하면 좋다’는 뜻이 생겼다.
형(亨) - 삶은 고기(烹)를 귀신에게 바치고 나면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향(享)은 인간이 바친 삶은 고기를 귀신이 잘 먹는다는 뜻이고, 형(亨)은 귀신이 배불리 먹고나서 제사를 바친 인간을 잘 돌봐준다는 뜻이다.
곧이 곧대로 두 자를 새겨 말하면 이런 뜻이 된다.
* 웃사람이 하는 말을 잘 들으면 크게 좋다. 고기를 삶아 귀신에게 바쳤으니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리다.
막연히 갖고 있던 꿈을 깨서 미안,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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