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우리말 사전 보면 기가 막힌다
'잔혹하다'를 찾아보면 '잔인하고 혹독하다'고 나온다. 더 어렵다. 이러면 잔인과 혹독을 또 찾아야 한다.
'잔인하다'를 찾으면 '인정이 없고 아주 모질다'고 나온다. 풀이가 의심스럽다.
'혹독하다'를 찾으면 '몹시 심하다'고 나온다. 역시 풀이가 의심스럽다.
내 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잔혹하다 : 살이 다 빠져 뼈만 남고, 아주 독한 술처럼 매우 쓰다.
잔인하다 : 죽여서 뼈만 남기거나 심장에 칼을 꽂다.
혹독하다 : 매우 독한 술과 먹으면 죽는 독. 혹은 (노예가 보기에) 주인처럼 무서운.
한자 교육을 안하는 건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한자를 쓰지 말아야 하는데, 발음만 한글로 적으니 뜻이 통할 리가 없다.
殘酷 殘忍 酷毒이란 한자를 읽고 뜻을 새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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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 공부한 내가 우리말로 풀어 쓰고, 뜻을 제대로 밝히겠으니 중국어와 일본어 등을 얼기설기 엮은 총독부 출신 국어사전 좀 저리 치워 놓고 내 사전 읽으시길. 자랑하자는 게 아니라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 대충 구우면 질그릇이 된다. 한글 발명하고도 사전 하나 없이 400년 버틴 조선의 잘못이다. 우리나라 첫 사전이 총독부 조선어사전이다. 일본어사전을 번역해 조선어사전이라고 이름만 갈아붙였다. 그러니 질그릇이지. 우리 국립국어원이 노력했지만 아직 청자 수준도 못된다. 불을 때가면서 불순물을 떨어내고 모래알을 잘 녹여야 청자의 비취 빛이 나오는데, 아직 멀었다. 백자는 더 까마득하다. 아마도 우리말 사전이 수정처럼 고순도로 투명해지려면 100년은 더 있어야 할 것같다. 내 목표는 청자 수준이라도 해놓는 것이다. 우리말로 소설 써 먹고 살아온 내가 이런 말 해서 정말이지 미안하다. 나도 뒤늦게 알고 겨우 시간 내어 사전 만든다. 쓸 소설이 많지만 사전 때문에 미뤄놓고 있다. 난 내 딸은 어쩔 수 없지만 태어나지도 않은 내 손자들이라도 어려운 한자어를 뜻도 모르고 중얼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토착왜구 타령하는 이는 많아도 그 입에 붙은 일제 한자어는 덕지덕지 붙어 있더라. 우리말 쓰자. 그러면 서로 잘 알아듣는다.
* 오른쪽 위 사진은 고암 정병례 선생이 만들어준 <태이자 우리말 사전> 이미지. 도장처럼 책마다 자그맣게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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