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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마음이 어지럽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두근거리다

올 가을이나 겨울에는 <우리말어휘능력시험>을 치르려고 한다. 손이 너무 많이 가서 과연 그때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오늘 만지던 어휘 중에 '연애하다'가 있어 잠시 소개한다.

 

국립국어원 발행 사전에는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귀다."란다. 그렇게들 생각하시나?

그럼 내가 만든 <~ 우리 한자어 사전>에는 어떻게 나올까?

- 누군가를 그리워하여 마음이 어지럽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두근거리다.

난 오직 戀愛라는 한자만 풀이한 것이다.

그럼 내 사전과 국립국어원 사전 사이에 왜 이런 큰 차이가 날까.

늘 말하지만 국립국어원 사전의 할아버지는 조선총독부 발행 <조선어사전>이다. 일본어사전을 베낀 것이라는 말이다. 일본어사전은 일본에 없는 영어를 들여오면서 비슷한 한자를 갖다 끼워넣은 게 많다.

1919년에 발행한 조선어사전을 보니 '연애'란 어휘가 나오지도 않는다. 조선 사람은 아직 연애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쨌든 빠졌다. 그러던 것이 1938년에 나온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 등장한다. 이 풀이도 재밌다.

 

- 서로 사모하는 남녀의 애정. 그 심정은 매우 복잡한 것이다. 종극 목적은 성적 정욕이라 함.

 

종극은 終極으로, 맨 마지막이다.

 

참 솔직하다. 이게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연애다. 일본어사전에서 갖다가 적당히 주물러 펴 놓은 풀이다. 물론 일본은 '성적으로 끌리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라는 love를 들여온 것뿐이니 그들 잘못은 아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저 일본식 미국식 '연애하다'보다 우리말 '사랑하다'를 쓰는 게 좋겠다. 자꾸만 생각이 나서 또 생각하고, 생각한다는 이 말이 훨씬 더 좋다. 연애와 사랑은 같은 말이 아니다.

 

* 사랑스런 우리 업동이.

내가 아나파나를 하려고 앉으면 재빨리 달려와 무릎에 앉고, 끝나면 저 혼자 이렇게 잔다. 이 아이는 반드시 한 소식 할 거다.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