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 소방령이 순직했다.
순직이란 무엇인가.
순국, 순직, 무슨 뜻인가.
원래 순장이란 제도가 있었다. 어디 아픈 데도 없고 나이도 젊어 가려면 아직 먼데도 왕이 죽으니 할 수 없이 묘지에 파묻히는 궁녀, 시위, 시종 들이 있었다. 죽어서도 주인을 지키라는 뜻이었다.
殉은 따라죽는다는 뜻이다. 왕이 죽은(歺) 지 열흘(旬) 안에 따라죽어야 하니 길어봐야 열흘 산다. 열흘이라는 건, 태어난 날의 10간과 같은 날이 되어야만 장례를 치를 수 있으므로(商시대부터 그랬는데 동양문화가 다 그랬다), 을일에 태어난 사람이 병일에 죽으면 을일이 올 때까지 9일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처럼 현대에도 순장의 풍습이 남아 있는 분야가 순국과 순직이다. 즉 나라를 위해 죽으면 순국, 직무를 하다 죽으면 순직이다.
김동식 소방령은 소방대원이라는 직업이 아니었으면 이천 화재 현장에서 죽을 리가 없다.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지금도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의 직업이 소방대원이기 때문에 그 직무를 다하다 어쩔 수 없이 죽은 것이다.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들어 그 직무를 하다 죽으면 다 순직이다. 순국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적과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공무원, 군인, 소방대원, 경찰 등이 평소에 보면 느슨하게 노는 것같지만 사실은 위기에 닥쳤을 때 딱 한 번 목숨 바치라는 직업이므로 그리 가벼이 봐서는 안된다. 본인들도 그 직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 이 바보들은 저 불길 속으로 기꺼이 뛰어든다. 이 바보들인들 저 불길이 왜 안무섭겠는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동안 국민이 자기들 먹여살려준 대가로 저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아무리 순직이라지만 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김동식 소방령, 저승에서나마 평안하시라. 덕분에 우리는 안전한 세상에서 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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