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 쳐다보면 큰일난다
1990년부터 생체시계(suprachiasmatic nucleus, SCN)를 연구했다. 1990년 인도에서 이 책을 처음 읽은 뒤(당시 서방에는 이 개념이 없었다), 1991년에 <생체시계>라는 제목으로 발간한 뒤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지금은 바이오코드로 정리했다. 따라서 생체시계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내가 처음 썼다.
세포자살(Apoptosis)은 우리 몸이 60조 개나 되는 모든의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 장치다. 마치 인간사회에 있는 경찰, 검찰, 법원 같은 CHEK2 유전자가 있어, 이 유전자가 손상된 세포에 자살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미련없이 기다리다가 생체시계가 보낸 효소(GPS 기능이 있어 해당 세포를 찾아가 효소를 공급, 사멸시킨다)를 받아 그 자리에서 녹아 없어진다. 그런데 가끔 이 명령을 거부하고 위치를 이탈하는 세포가 있으니, 이 놈들이 암세포다. 이놈들이 탈옥하여 돌아다니면 몸에서 기본으로 공급하는 영양과 산소를 받을 수 없으니 무산소 호흡으로 버티며 도둑질해 산다. 시아노 박테리아가 산소를 만들어내기 전의 옛 세포들은 능률이 매우 떨어지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썼다. 암세포는 그 시절로 돌아가, 고세포들처럼 무한복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폐경(閉經期, Menopause)이 일어나는 것은 보유 중인 난자가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을 때 몸이 자율적으로 일으키는 현상이다. 그런데 세포자살 기전을 막아 이 난자들이 계속 수정되도록 한다면 그 이후 벌어질 사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의학윤리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CHEK2 유전자를 억제시키면 아마 암이 여기저기서 생겨날 것이다. 그 책임을 생각하며 연구해야 한다.
그나저나 기사에 <여성의 폐경(肺經) 시기를 결정하는 유전자 수백 종>이라고 나오는데 閉經(Menopause)의 잘못이다. 요즘은 교정 안보고 나오는 기사가 너무 많다. 세상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폐경 시기 3년 반 늦추는 유전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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