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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제가 왜 아기의 씨를 받아야 할 여성이지요?"

어제 광화문 교보 찻집에서 만난 조라치 김(몽골 여행 중에 안내인들이 그를 이렇게 불렀다. 이름 알면 곤란하다는 말이지)이 차를 산다고 주문하러 가서는 "아가씨! 샌드위치하고..." 하다가 혼났단다.
"제가 왜 아기의 씨를 받아야 할 여성이지요?"
요즘 어린 아이들이 벼라별 소리를 다해가며 남성 여성이 싸운다더니 세상에, 이 정도로 망가졌구나 싶다.
아가씨는 아기(혹은 아가)+씨인데, 아기는 지체 높은 귀한 집 어린 자녀를 가리키는 말이다. 봉건시대에는 어린 아기라도 주인 집 자녀라면 존대를 해야 했다. 그래서 '씨'가 붙은 것뿐이다. 아기 낳아야 할 여성이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어거지로 싸우지 말고 화낼 시간에 공부부터 하기 바란다.
조라치 김이 어찌나 당황했는지 내가 설명하러 갈까 하다가 그러다 망신당한다, 문빠보다 더 하다 하여 그만두었다. 그렇게 살다 죽으라 하자, 이런 마음이지 뭐.
* 우리집 아가씨 오드리. 젊은 것들 싸우는 거 보기도 싫고..., 오늘 우리 오드리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중성이 되었다. 오드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을 하여 미안하지만, 이해하리라 믿는다. 우리집 모든 동물은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출신이기도 하지만, 중성이어야만 한다. 불깐 내시환관은 통계적으로 아주 오래 산다니까 오드리는 그저 내 곁에서 오래오래 재미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
* 오드리 옆 잎넓은 나무는 인도 부다가야의 보리수 씨앗 가져와 싹 띄운 것이다. 오드리가 저 자리를 좋아하니 언젠가 도통할지 모른다.
* 오른쪽, 마취에서 깨어나는 오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