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고개드는 ‘영웅 신드롬’ ‘징기즈칸’‘나폴레옹’등 영웅소설 돌풍 | |
「98년은 「영웅들」의 해가 될 것이다」.
마치 극적인 대사 한토막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은 지난해부터 출판계에 나돌던 예측이 었다.
그리고 이런 「예고」가 나온 것은 두 편 의 소설이 기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스트 셀러 「소설 토정비결」의 작가 이재운씨가 8년 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집필했다는 「천년영 웅 칭기즈칸」(해냄), 그리고 프랑스 작가 막스 갈로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나폴레옹」(문학동 네). 「천년 영웅 칭기즈칸」은 올해 7월초부터 8월 중순에 걸쳐 전 8권이 완간됐고, 「나폴레 옹」은 8월초 1권이 나온 뒤 2주 간격으로 전 5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약속이나 한 듯 여름철 서점가에 나란히 「출 격」한 두 작품은 오랜 불황과 IMF한파로 허 덕이는 출판계에 「영웅소설 바람」을 일으키며 약진하고 있다.
「천년영웅 칭기즈칸」은 한달 여 동안 15만부 판매를 돌파했고, 「나폴레옹」 1권 「출발의 노래」는 보름만에 2쇄에 들어갔 다.
외견상 「볼만한 대작」 「히트작」에 목말랐던 출판계나 독자들의 욕구에 두 작품은 웬만큼 부응하는 듯 보인다.
어린애도 그 이름을 외 우는 동서양 불세출의 영웅, 마상(馬上)에서 천하를 호령했던 정복자이자 개인적 한계와 고통, 역경과 위기를 딛고 일어선 초인적인 인물로 공통된 성공 스토리 등….
우선 소재 부터 화려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베스트셀 러 제조」 부분에선 둘다 「보증수표」다(이재운 의 「소설 토정비결」이 밀리언 셀러라는 건 알 려진 사실이거니와,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 은 97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300만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물론 작품 자체로도 관심을 끌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이재운의 책은 칭기즈칸에 대해 처 음으로 우리나라 작가가 시도한 대하소설이란 점, 소설 도입부를 고려 무신란 초기에 두고 「사영」과 「초희」라는 고려 출신의 가상 인물 을 전체 구조에 접목하면서 몽골의 영웅과 우 리 사이의 민족적, 역사적 연관을 강조한 점 이 눈에 띈다.
유목민족의 삶과 전투, 칭기즈 칸이 거쳐야 하는 수많은 도전과 시련, 3대에 걸친 정복사업과 제국 내의 혈투 등을 흥미진 진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대중적인 글솜씨」 또한 한 몫을 한다.
한편 「나폴레옹」은 「현재까지 세계 도처에서 쏟아져나온 8만여권의 나폴레옹에 관한 저작 들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작품」 으로 꼽힌다.
작가인 막스 갈로는 저명한 정 치가 언론인이자 진보적인 역사학자로, 좌파 학자로선 유일하게 「우익적 인물」이라 할 나 폴레옹을 긍정적으로 다뤄 현지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갈로는 『나폴레 옹의 내부에 작가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작 가인터뷰에서의 말처럼 인물의 내면으로 탐사 해 들어간 묘사, 편지와 독백의 잦은 인용과 기술, 『나폴레옹의 어깨 너머로 당대를 지켜 보자』는 의도에서 시간과 장소를 적시하며 현 재진행형으로 나아가는 다큐멘터리적 전개로 속도감과 생동감을 더했다.
출판사에서는 화 보집 「황제의 앨범」을 별책부록으로 붙이는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물론 「칭기즈칸」과 「나폴레옹」이 위 두 소설 때문에만 우리나라 독자들의 입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우선 칭기즈칸의 경우 지난 해 말 일본작가 진순신의 소설 「초원의 패자」(전 4권, 한국경제신문사)가, 올해 3, 4월 에는 중국작가 창붕훙의 소설 「칭기즈칸」(전 2권, 중앙 M&B)과 미국의 역사저술가 해럴 드 램이 쓴 「칭기즈칸」(현실과미래)이 번역됐 다.
원제가 「칭기즈칸의 일족」인 「초원의 패자」는 진순신이 아사히 신문에 3년여 연재해 인기를 끈 작품으로 일본과 동시 출간된 것.
중국의 소설가 창붕홍의 대표작이라는 「칭기즈칸」도 작가가 10년의 자료수집과 답사를 거쳐 내놓 은 작품으로 칭기즈칸을 다룬 소설 가운데 「중국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는 게 출판사측 의 설명이다.
해럴드 램의 책은 사료와 기록 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으로 대중적인 역사 서나 전기에 가깝다.
나폴레옹의 경우는 올해 4월 일본작가 N S 류지가 나폴레옹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 「영웅 나폴레옹」(전 4권, 오늘)과 프랑스의 언 론인 장 폴 카우프만의 장편 「나폴레옹」이 7 월말 출간됐다.
카우프만의 책은 지난해 프랑 스에서 「페미나」 에세이상, 「쥘 베른」상 등 5 개 문학상을 휩쓸었는데, 작가가 나폴레옹의 유배지였던 세인트헬레나섬을 찾아 머무른 9 일동안 몰락한 황제의 삶과 고독을 역사적 고 증을 통한 상상력으로 되살려놓는 독특한 내 용이다.
더구나 「영웅 바람」은 칭기즈칸과 나폴레옹에 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진시황, 클레오파트라 같은 외국 인물은 물론, 5000여 결사대와 함 께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한 백제의 무장 계 백, 단재 신채호선생의 「조선상고사」에 「조선 역사상 유일한 창업 여제왕」이라 언급된 고주 몽의 아내 소서노를 주인공으로 다룬 장편소 설 등이 쏟아져 나왔다. 바야흐로 「역사적 인 걸들의 춘추전국시대」 같다.
영웅적인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이 주목받은 것은 기실 지난 해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이집트 붐」을 일으켰던 프랑스작가 크 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전 5권, 문학동네) 는 무려 80만부가 팔렸고, 인기작가 이인화씨 의 박정희전대통령을 모델로 한 장편소설 「인 간의 길」도 지난해부터 화제와 논란 속에 올 봄 3권으로 완간됐다.
이런 「영웅소설 출간 붐」에 대해서는 출판계 의 고질적인 「떼거리 출판」 「급조된 번역」 「화제작에 미리 물타기」 등의 비판이 있는가 하면, 수용자인 독자입장에서는 「혼란하고 기 대할 것 없는 정치판, 위축된 경제상황 속에 서 영웅적인 인물을 기대하는 민심」 「난세를 헤쳐간 영웅들의 지략과 용기를 현재의 위기 극복에 참고하려는 심리」 등의 비슷비슷한 해 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영웅소설」이 내포한 대중적 영향력에 대해 우려와 반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혼란기에 자주 고개를 들곤 하는 「영웅주의 신드롬」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한 두드러진 개인, 그것도 그들이 저지른 치명적 이고도 엄청난 악행들을 도외시한 채 장점만 을 부각시키는 역사적 왜곡, 현재와 대결하기 보다 「위대하고 멋진 옛날」에 기대는 현실도 피와 복고의 성향은 누누이 지적돼온 바다.
이 때문에 좀 딱딱하고 재미없더라도 소설적 각색 대신 차라리 「정색하고 읽는」 비판적 서 술의 전기류를 권하는 목소리도 있다.
IMF에다 수해까지 겹쳐 심란하고 위축된 우 리 독자들이 「영웅소설」을 읽으며 재미와 활 기를 얻는데 대해 복잡한 해석이나 「쓸데없는 걱정」을 덧붙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영웅주의」가 정작 「난세극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출판계나 평론 가들보다 독자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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