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권 시절 I.T. 부흥을 조작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벤처기업이라는 증서만 있어도 수십 억씩 돈이 밀려들었다.
그 무렵 쓴 글이다. 매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다!
코스닥 열풍이 지나치다. 새롬기술이란 회사 주식 가치가 포항제철을 앞선다고 하니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2003년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폭락). 허상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한 마디로 사상누각이다. 인터넷 회사들의 일년 순익이 얼마나 된다고 감히 대기업을 앞지른단 말인가? 자료를 보니 인터넷 회사들은 대부분 적자다. 그런데도 주가는 천정부지다. 인터넷 청년들은 적자 회사의 주식을 팔아 벤츠를 사고 비엠베(BMW)를 산다.
미래가치? 그래도 그렇지, 다른 회사가 얼마든지 치고올라갈 수 있는 게 인터넷인데,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됐다. 외환위기 때처럼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지는 꼴을 보고야 말 것이다. 벤처라는 게 원래 장기적으로(불과 3년이면 결판이 난다.) 볼 때 95%는 망하고 5%만 살아남는 것이다. 그때 가서는 97년도의 외환위기 때처럼 코스닥 시장을 때려부순다며 달려들 투자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분하게 이 현상을 들여다보자.
21세기 들어 초고속 통신망 열기와 함께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이어질 날도 머지않은 것처럼 보인다. 거의 모든 상거래가 인터넷으로 이루어지고, 인간 생활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에서 해결된다고들 한다. PC방마다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으로 붐빈다. 기자, 공무원, 교수들까지 벤처 회사로 뛰어든다. 인터넷은 자동차 영업사원, 은행 직원, 일간지, 서점, 잡지, 방송국, 백화점, 출판사의 영역까지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다. 분명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러나 이 열풍 속에서 사람들이 한 가지 간과하는 게 있다. 이 변화의 주체인 인간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여전히 먹어야 살고, 잠을 자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야만 한다. 옷을 입어야 하고, 목욕을 해야 한다. 희노애락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 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인터넷이 아니라 사이버 슈트를 입고 가상 세계를 누빈다 해도 역시 그 본질인 인간은 그토록 빠르게 변하지 못한다. 한 십만 년이나 백만 년이 지나면 조금 진화할지 모르지만, 당장 인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사람만은 가장 늦게 변한다는 말이다. 물론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나아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개발되면 상황은 약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이 년 이내의 일이 아니라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의 일이다.
결국 사람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은 인터넷도 아니고, 변화도 아니고, 바로 사람 자신이다. 사람이 인터넷을 하고, 사람이 변화를 일으킨다. 세계 역사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사람이 바뀐 적은 없기 때문이다. 백년 전의 인간이나 천년 전의 인간이나 신체적으로는 우리와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사람이 시대를 창조하고, 변화를 이끄는 것이지 거꾸로 시대나 변화가 사람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불편하고 편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여전히 먹을거리를 구해야 하고, 이성을 찾아야 하고, 명예와 부를 얻으려 할 것이다. 싸우고, 웃고, 울면서 여전히 사람답게 살 것이다. 그 어떤 변화도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쪽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 이념, 전쟁, 평화, 환경……이 모든 개념의 출발점은 사람이며, 사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모든 역사의 주체는 사람이었으며, 역사적 사건의 진앙지 역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미래를 읽기 위해서는 오늘 존재하는 사람을 읽어야 한다. 사람이 없는 인터넷은 유령의 공간일 수밖에 없다. 사람을 고려치 않는 오늘날의 인터넷은 흉악한 몰골에 지나지 않는다.
섹스와 욕설, 엉터리 주장, 도저히 문법에 맞지 않을 뿐더러 맞춤법도 엉망인 수준 이하의 잡글이 난무한다. 이름을 걸고는 글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 당당하게 어깨를 쳐들고 나타난다. 정보의 천국이라는 인터넷의 컨텐츠도 들어가고 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아직 백과사전적 정보밖에는 제공하지 못하면서 구르는 소리만 요란하다. 게다가 가장 우스운 것은 거의 모든 인터넷 회사들이 자기네를 알리는 광고를 주로 일간 신문과 방송에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에게 아양을 떠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인터넷에서 가능한 것은 섹스, 장사, 게임, 욕설뿐이다. PC방마다 가득 들어찬 청소년들이 가장 즐기는 분야도 섹스와 게임, 그리고 욕설이다. 이것 빼놓고 단순히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들어가봤자 성공하기도 힘들다. 물론 언젠가는 정보가 들어차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 몇 년 전부터 애들더러 인터넷하라고 ‘키드넷’ 운운하면서 악을 쓴 신문이 있었다. 그 아이들 그때 인터넷 배워서 지금 열심히 게임하고 나체 사진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눈이 벌개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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