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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파란태양*

불교계에 던지는 쓴소리

2007/07/27 (금) 06:46

 

난 불교신자다. 뭐, 기독교도 몇몇 허망한 교리를 빼고는 매우 친근해서 가끔 기독교식으로 기도하고 밥을 먹기도 한다.

여기서 내가 '허망한 교리'라고 쓴 말은 추상의 세계, 상징의 세계를 지나치게 현실로 믿는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렇다 해도 종교적인 문제이므로 일부러 적시하진 않겠다.
 
문제는 불교다. 난 고등학교 시절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고, 대학 시절에는 대학생불교연합회 활동을 하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절에 다니고 있으므로 불교에 관한 한 나는 애정을 표시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는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처님 빼고, 조사들 빼고는 동등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한 마디 한다. 요즘 스님들은 불교타락의 전성기인 고려시대 스님들보다 더 호사하는 것같다. 몇몇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이 선원에 계시다 하나, 사실 스님들 냉장고 들여다보면 일반인들도 잘 먹지 않는 벼라별 희귀한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좋다는 건강식품은 다 거기 가 있고, 그 비싼 보이차며 한 줌밖에 안되는데 돈 백만원씩 하는 브랜드차가 가게 진열장만큼이나 그득하다. 원래 승복이란 분소의, 즉 똥을 닦는 걸레 따위로 지어입은 전통이 있는데, 이 분소의가 멀쩡한 옷감을 잘라 만드는 패션이 된 것은 물론이요, 욕심없이 수수하게 살라고 만든 승복조차 어찌나 좋은 옷감으로 만드는지 몇백만 원이나 한다고 하니(그렇지 않은 스님들도 적지 않지만 주로 조계사 근처 스님들 옷은 비싸다고 한다. 그런 스님들에 비하면 난 너무 검소하게 사는 거야.) 이건 뭔가 잘못됐다. 난 정말 너무 순진해서, 조그만 토굴 하나 구했습니다, 하고 말하는 스님을 정말 존경했는데 그 토굴이라는 게 고급 아파트라니. 난 토굴이 흙구덩이를 파서 만든 무슨 굴로 알았는데, 이게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가리키는 그네들만의 은어란다.
 
그리고 또 하나, 제발 미신 좀 믿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럴 거면 철학관 내고 점을 봐주든가, 굿당을 차려 본격적으로 귀신을 위로해주든가 할 일이다. 왜 부처님이 시키지 않은 짓을 하나. 아무튼 미신을 파는 댓가인지는 모르겠으나 불교는 너무 돈이 많다. 돈 많으면 타락한다. 신도들 시주로 살아야지 기도비, 귀신천도비, 입장료 따위를 받아 호의호식하면 중생이 같잖게 보이는 법이다. 중생없으면 부처도 없다. 하물며 스님쯤은 없어도 된다. 아니,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부처님은 여든 살이 되도록 얻어먹고 살았는데, 요즘 큰절 스님들은 진치고 앉아 세금받아 먹고 산다. 고려시대 스님들이 고리대금업까지 했다더니 딱 그짝이다. 신도가 와서 싸구려 등잔불을 밝히든 말든 그런 것쯤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어떤 미친 놈은 미얀마에 가서 제 기분낸다고 큰절 수천 명 스님들한테 수천만원이나 들여서 공양을 하고, 같은 미친 놈이 대학원 무슨 과정 동창회에서 무슨 기금인가 모은다니까 즉석에서 1억을 내놓더란다.(스님들이 웬 경영자과정을 다녀?) 어떤 놈은 고가구점에서 수백만원짜리 침대를 사다놓고 누워자더라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난 <당취(현재는 소설 토정비결 2부)>라는 소설을 썼다.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단행본으로 묶어냈다. 숭유억불정책으로 핍박받던 조선중기의 승려비밀결사 얘기다. 그때는 지나다니는 스님 정도는 누구든 잡아다가 일을 시켜먹어도 되고, 비구니는 잡아다 첩으로 삼아도 괜찮았다. 세도 있는 양반은 절간에 머슴놈들을 보내 수백년 묵은 화목을 캐가기도 하고, 종루를 뜯어다가 기생놀음하는 누각으로 쓰기도 했다. 현감 군수같은 놈들은 승려들을 징발하여 수백 명씩 데리고 제멋대로 부리기도 했다. 밥이나 먹여가며 하인처럼 써먹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핍박받던 시절에도 불교는 힘이 있었다. 그런 중에 휴정 서산대사가 나오고, 유정 사명당이 나온 것이다. 그러고도 조선시대 선맥은 시퍼렇게 살아 꿈틀거렸다. 그렇게 지켜낸 불교건만, 일제의 회유와 협박도 이겨낸 불교건만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핍박을 받으면 나쁜 것도 많지만 한 가지 좋은 것이 있다. 사이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승복을 패션으로 입으면서 호희호식하는 놈들은 다 사라지고, 진정한 불제자만 출가하여 이들이 용맹정진하기 때문이다. 초근목피로 살지언정 부처의 정신을 꼭 쥐고 놓지 않는 것이다. 지금 얼굴에 기름 번지르르 흐르고, 비밀통장 차고 앉아 있으면서 토굴이란 이름으로 고급 아파트 한 채씩 가지고 있는 놈들은 스스로 알아서 승복을 벗어던질 것이다.
 
부자로 산다는 것은 일종의 형벌이다. 시험이다. 돈이 많아지면 정신을 놓게 된다. 다른 절이 다 부자로 사니, 조그만 절에서는 기를 쓰고 천도제를 유치하여 맨날 목탁두드리며 돈을 만들어내려고 고생한다. 목탁 가지고도 안되니 이젠 스피커를 설치하여 왕왕대가며 염불을 하고 독경을 하여 아랫마을 사람들 귀까지 시끄럽게 한다. 손님 유치를 위해 스피커를 쓰는 모양인데, 귀신들 위해서라면 소곤소곤 말해도 된다. 귀신 부르는데 왜 스피커가 필요한가.
 
죄짓는 스님들이 많다. 차라리 불교를 모르면 죄를 짓지 않을 텐데 잘못 출가하여 지옥가는 고속도로를 닦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회개하는 비법을 알려주겠다. 부처님이 하지 않은 일은 하지 말고, 부처님이 하신 일만 따라하면 된다. 부처님은 목탁 치지 않았다. 귀신불러 천도제도 지내지 않았다. 절 입구를 막아선 채 입장료 받아먹지 않았다. 사주 같은 건 봐준 적도 없다. 선거한다고 스님들한테 돈봉투 돌린 적 없다.(내가 아는 스님, 그러니까 진짜 청정한 이 스님은 선거철만 되면 다른 스님들이 슬그머니 수미단에 표나게 놓고 가는 돈으로 책 사고, 난방유 산단다.) 그럼 뭘 했느냐. 얻어잡수시느라고 몇 시간 쓰시고, 몇 시간 참선공부하시고, 몇 시간 제자들하고 문답하시고, 몇 시간 운력하셨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불교텔레비전에 나와 스님들 설법하는 걸 보면 가끔 헛웃음이 나온다. 되지도 않는 소리를 무슨 대단한 법설인양 우쭐대는 걸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등뒤에 계신 부처님한테 부끄럽지도 않은가. 부처님은 말씀하시면 한 마디 한 마디가 경전이었다. 그렇게는 아니어도 쓰레기같은 말, 누가 들어도 같잖은 헛소리는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고언을 하는 것은, 그래도 불경을 뒤적거리고, 혹시나 하면서 불교텔레비전을 켜는 중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내 주변에는 좋은 스님들이 아주 많다. 쌀 두어 말하고 김치만으로 십수년을 오로지 수행정진한 친구 스님도 있다. 절대 귀신 상담하지 않고 불법으로만 얘기하는 스님도 계시다. 그리고 나도 불자로서 이렇게 고언을 쏟아놓지만, 스님들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 눈 푸른 스님들만이 동태눈깔을 한 스님을 칠 수 있다. 그런 스님들은 감히 가사를 입지 못하게 해야 한다. 확 벗겨 제 손으로 먹고살라고 해야 한다. 그런 쓰레기들까지 부처님이 먹여살릴 필요는 없다. 수행자는 돈같은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불교는 돈이 아니어도 팔만대장경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산이 있다. 명당자리마다 수행하기 좋은 절이 있다. 큰절같은 경우 시주가 안들어와도 갈아먹을 밭뙈기도 딸려 있다. 미친듯이 공부만 해도 음식 바치고, 옷 해다 바칠 신도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좋은 스님 모시고 싶어하는 불자들의 간절한 소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아이고, 부처님, 제가 구업지은 것 좀 털어주십시오. 정신없이 살다가도 스님 얼굴만 바라보면 저절로 정화되는 그런 스님을 갈구하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제 스승 광덕 큰스님 같은 분요. 큰스님 가신 뒤로 제가 아주 게으른 신도가 됐습니다. 혹시 저를 시험하시려고 저런 잡승들을 많이 보여주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나무석가모니불.
- 스님들께 죄송합니다. 저도 전에는 이런 과격한 글은 피했는데, 제 또래 스님들이 큰절 주지 맡고, 본사 주지 되고, 무슨 의원이 되고 이러니 저절로 겁이 없어지네요. 게다가 우리집 근처에 있는 절에서 귀신 제사를 올릴 때마다 스피커로 왕왕거려 신경이 예민해졌나 봅니다. 이 절 주지도 총무원에서 무슨 부장인가 한다는데 벌이가 시원찮은지.... 하여튼 스님들을 모두 폄하할 뜻은 조금도 없으니 언짢으셨다면 용서하십시오.

- 경주 남산 석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