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파란태양/*파란태양*

작가는 종교를 가질 수 없다

2008/01/21 (월) 23:16

 

작가들 중에 종교에 심취해 아예 그쪽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혹은 종교 편향이 강해 특정 종교 성향을 지나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성향의 작가들이 쓴 작품은 균형을 잡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읽어내기 어려운 주장도 적잖이 섞인다.

작가만 그런 게 아니라 스포츠선수들도 제 종교 자랑하기 바쁘고, 정치인들, 법조인들, 연예인들까지 종교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걸 무슨 세 과시하듯이 한다. 어쨌거나 그건 그들 일이고, 난 내 직업에 관해서만 말할란다.

 

난 불교신자라고 늘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는 불교란 신앙이 아니라 사유하는 방법을 고찰하는 학문이다. 난 무작정 믿는 것을 반대한다. 붓다는 의심에 의심을 거듭해 그분의 철학세계를 완성시켰다. 붓다는 결코 관세음보살을 부르짖지도 않고, 지장보살에게 엎드려 복을 구한 적도 없다. 천도재며 사십구재도 지낸 적이 없다. 속이 허전한 후세인들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어떤 학자가 말하기를, 불교를 믿다 지쳐 힌두교 신들을 불러온 것이고, 그래도 너무 힘들어 무속의 양식을 빌어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가 불교신자라고 해서 오늘날 사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십구재니 천도재니 백일기도니 입시기도니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난 그런 걸 다 싫어한다. 그래서 절에는 잘 안간다. 송구스럽지만 스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깊질 못하다.

 

이런 나를 다른 불교신자들은 사이비불교신자라고 말할 것이다. 그들 기준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난 소설을 쓰는 작가지만 천문학이나 뇌생리학 같은 과학책을 즐겨 읽고, 미술 감상도 즐기고, 성경도 읽으며, 새로운 학문을 열람할 때 희열을 느낀다. 난 무엇 하나에 잘 빠지지 않는다. 이게 내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사람에게도 잘 빠지지 못해 인간관계가 넓지 못하다. 가까운 이들이 말하기를 나더러 참 까다롭다고들 한다. 그러기도 할 것이다. 난 묻혀 가는 걸 싫어하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더 싫어한다. 그래서 동창회 안나가고, 무슨 모임이라는 걸 하나도 가진 게 없다. 탁상 달력에 약속이 잡혀 있는 걸 보면 제일 무섭다. 끌려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가끔 친구가 그리울 때가 있기는 하지만, 무작정 모여 카드라도 치면서 밤새 놀고 싶지만, 그때 뿐 오래가지 못한다.

 

내 소설에는 유달리 불교 삽화가 많이 등장한다. 그것은 내가 어려서부터 불교문화에 많이 노출된 탓이지 무슨 의도를 갖고 그러는 건 아니다. 특히 역사소설은 불교문화를 모르고는 접근하기 어렵다. 그냥 그런 것이다. 

 

난 내 생각에 이끼가 낄까 두렵다. 그래서 엉뚱한 믿음으로 흔들려 진실을 보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알고 싶은 것은 너무 많고, 능력은 모자란다. 머리 맑아지라고 오메가3지방산 먹다 췌장염으로 병원에 실려가고, 두뇌에 좋다는 영양제 먹으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닿을 수 없는 게 있다. 내가 아는 한, 붓다도, 혹 창조주나 절대자 같은 분이 있다면 그이들도, 저 아득한 우주의 깊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150만 광년, 150억 광년, 이런 개념을 이 작은 머리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싶을 뿐이다. 가다보면 도반이 나타날 것이다. 왜 나 혼자 뿐이랴.

=======================================
2008.5.14 신문기사에 아인쉬타인이 종교는 미신일 뿐이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있어 여기 옮긴다. 전에 뉴욕 무슨 대학 철학교수로 계신 한국인 한 분이 사후세계는 없다고 잘라 말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또 내가 존경하는 천문학자 이시우 박사께서도 사후세계 운운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인간의 능력으로 알 수 없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 아인슈타인, "종교는 어리석은 미신"…"유대인, 선택받은 민족 아니다"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5.14 15:53
 

【서울=뉴시스】

신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미신에 지나지 않으며 유대인은 결코 선택된 민족이 아니라고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지난 1954년 한 철학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혔다고 AFP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종교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견지 많은 논란을 불렀던 아인슈타인이 이 같은 종교관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15일 런던의 블룸스베리 경매소에서 경매에 붙여질 그의 옛 서한에서 드러났다.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에 지나지 않으며 과학이 없는 종교는 눈이 먼 것과 다름 없다"는 말을 남겨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아인슈타인은 1954년 1월3일 철학자 에릭 구트킨드에게 보낸 편지에서 "신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며 성경은 훌륭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또 그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유대인들로부터 친숙함을 느끼지만 유대인이 다른 민족과 다를 바 없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의 2대 대통령으로 취임해달라는 이스라엘측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던 아인슈타인은 유대교 역시 다른 종교들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덧붙였다.

 

유세진기자

dbtpwls@newsis.com

'파란태양 > *파란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님전상서의 계절   (0) 2009.01.08
장례식장에서   (0) 2009.01.08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날 때   (0) 2009.01.08
결국 사람이다 2   (0) 2009.01.08
북한 미녀 응원단   (0) 200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