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5 (목) 21:17 |
아버지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닳아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 때마다 아버지는 내 나이 때 뭘 하셨더라 하면서 손가락을 짚으면 그간 눌러두었던 그리움이 다시 사무친다.
아버지 사진을 액자로 담아 일하는 책상 옆에 늘 모셔두고는 그 앞에서 일도 하고, 전화도 하고, 방정맞게 돌아다니며 칫솔질도 하고, 뭘 먹기도 한다. 사진은 이상하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가끔 정색하고 아버지를 직접 뵙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래서 정말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이 파일을 열어본다. 아버지가 군에 가있는 우리집 막내에게 직접 쓴 편지 첫줄이다. 1923년생 아버지가 마흔에 낳은 1963년생 아들에게 보낸 건데, 어찌나 정이 담뿍 담겨 있는지 그냥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한 획 한 획, 정성들여 글씨를 쓴 게 느껴진다. 붓글씨를 쓰듯 가로 긋고 세로 긋는 필체가 예사롭지 않다. 한 자 한 자 아버지의 마음이 넘친다. 아버지는 옛날 분이시라 '편지는'이라고 하지 않고 '편지은'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너를'도 '너을'이 되었다.
요즘말로 해석하면 이렇다.
- (소식이) 궁금하던 중에 (네가 써보낸) 편지를 바라보니 너를 보는 듯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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