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1 (월) 14:15
오는 5월 12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절마다 부처님을 맞으려고 쓸고 닦고 요란하다. 그러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마귀들도 불상을 끌고나와 갖은 명목으로 돈 모으는 행사를 열 것이다. 그 돈으로 외제차 굴리고, 숨겨놓은 처자를 먹여살리고, 진탕 술을 먹으려고 벼르는, 승려의 탈을 쓴 마귀들이 때를 만난 것이다. 감히 불전(佛錢)이라니, 간사한 자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늘 조심스러운 것은, 그래도 '형형한 눈빛으로 용맹정진하는 승려들'이 적잖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쓴소리를 안할 수 없다.(아이고, 30년째 공부만 하는 내 친구 스님은 김치 하나 놓고 밥만 먹고 산다. 신도들은 어째 비싼 가사 장삼 입어야 돈을 내놓고, 절이 번듯해야 보시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놈들은 아무것도 안줘도 잘 살텐데, 내 친구스님은 내가 쌀을 보내지 않으면 굶을 판이다. 한 달에 20만원 정도로 버텨오건만 그이는 부족한 줄도 모르고, 아쉬운 줄도 모른다. 그저 신도들만 거지 취급을 할 뿐이다. 진짜 부처님의 제자는 이렇게 거지취급당하고, 마귀놈들은 하늘같이 떠받들리는 것이다.)
본디 종교는 조금만 방심하면 썩기 딱 좋은 것이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개념을 다루는 것이니 누가 진짜인지 알아낼 길이 없다. 나이만 먹으면 죄다 큰스님이요, 큰스님이 더 늙으면 다 대선사란다. 천주교가 중세에 면죄부를 팔아먹은 것이나 이 마귀들이 귀신을 팔아먹는 거나 다를 게 없다. 천주교, 불교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종교가 다 그런 식의 사기를 친다.
불교에는 면죄부 장사 같은 게 아주 많다. 예수재니 해서 불공을 많이 드려놓으면 죽어서도 열락한다는 논리가 있다. 다라니를 자꾸 외우면 업장이 소멸되어 전에 지은 죄가 저절로 소멸된다고도 한다. 이런 게 바로 미신으로 빠져드는 함정이다. 절마다 산마다 귀신 불러놓고 천도재 하고, 사십구재 하고, 갖은 푸닥거리로 민심을 교란하는 무리들이 가득 차 있다. 진짜 불법을 받드는 승려는 몇 안되고, 승복 입은 마귀들이 드글드글하다.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을 가리켜 불가에서는 마귀 정도로 치부한다. 하지만 불가는 왜 정도전이 불씨잡변을 지어 그토록 혹독하게 불교를 비판했는지 자기 점검은 하지 않는다. 고려시대 사찰이란 고리대금업소이자 주류판매업자이자 온갖 열락의 소굴이던 곳이 매우 많았다. 정도전이 아니었다면 내내 그짓을 해서 승려란 승려는 다 지옥갔을 것이다. 오늘날 가장 청정하다고 주장하는 조계종 사찰의 주지들이 다투어 외제차를 타고, 승복을 벗어던진 채 골프를 치러다닌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고려시대 타락 불교가 하던 짓 아닌가. 정도전이 있어 그나마 조선조 5백년간 우리 불교가 청정한 불법의 수호자가 되지 않았던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불교가 탄압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 덕분에 사악한 무리들은 다 떠나버리고 진짜 승려들만 남아 불교를 공부하고, 불법을 지켜낸 것이다.
자기 정화란 이렇게 어려운 모양이다. 요즘 불교계를 봐도 그렇다.
저희 집안은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고상한 척 하는 대표적인 승려 몇몇이 천성산 터널 운운하고, 경부대운하가 어쩌고 딴소리하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환경 문제는 밖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승려들은 승가 정화부터 하는 것이 더 급하련만. 저희들부터 비싼 가사 장삼 벗어던지고, 좀 진짜로 봉사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궂은 일, 더러운 일은 기독교 단체에 다 맡겨놓고 불전함이나 뒤적거리는 정신머리로 무슨 깨달음을 얻겠다는 것인지 참말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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