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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양극성장애-우울증-정신질환

정신장애인은 '미친놈'이 아니다

정신장애인은 '미친놈' '미친년'이 아니다. 환자일 뿐이다.
또 이런 일이 생겼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너무 낮다보니 그 부모들조차 간혹 이런 식으로밖에 행동하지 못한다. 먼저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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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림 끝에 정신질환 아들 살해한 60대
연합뉴스
 

“내가 낳은 자식이니까 내가 책임져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18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인 이모(64)씨는 “그동안 사는 게 지옥 같았는데 차라리 이젠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이씨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약 먹고 죽어버려라. 다 죽여버리겠다”는 큰아들(45)의 협박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한 큰 아들은 지난 1984년 군대에서 제대한 이후부터 성격이 난폭해지더니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술을 마신 뒤에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는 등 협박을 했고 결국 지난 2006년 8월 충남 부여의 한 병원에 알코올중독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아들은 다시 지난해 1월 같은 병원에 조울증으로 인한 신경질환으로 입원했다가 일주일 뒤 퇴원했고 다시 이씨를 괴롭히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씨의 아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고 모든 생활비와 병원비는 고스란히 이씨가 안아야 할 부담이었다.
이씨는 아들을 충남 서천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하고 17일 129구급차량을 불렀다.
그러나 이젠 팔아치울 논밭마저 없어 막막했던 이씨는 결국 아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를 점퍼안에 숨겨 나왔고 구급차량 안에서 침대에 묶여있던 아들의 목과 배를 향해 흉기를 두차례 찔렀다.

구급대원조차 제지하지 못할 정도로 범행은 순식간에 이뤄졌고 이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살인 혐의로 검거된 이씨는 이날 충남 서산경찰서에서 자신을 찾아온 가족들에게 “내가 다 해결했으니 이젠 발 뻗고 편히 자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입력 : 2008.05.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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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 두 가지 내 의견을 달겠다.

첫째, 부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해온 이 정신장애 아들의 마음은 진심일까?

물론 아니다. 그러니까 환자다. 병만 나으면 이 아들도 효자가 될 수 있다. 양극성장애(조울병)가 나타나면 일단 본 정신은 제압당해 자신도 모르게 난폭해지거나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바뀐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희미하게 기억은 나지만 당장 조절이 안된다. 발병이 되면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다. 광증이 사라지면 사랑스런 자식으로 돌아온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던 하늘이 맑게 개는 것처럼.

 

그래서 정신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저러는 우리 자식은 얼마나 힘들까.

그렇다. 본인이 더 힘들다. 빨리 병마를 떨치고 본 정신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치료하면 되는 것이고, 반드시 치료되는 것이다. 아무리 소리치고, 발작을 해도 자신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 기사에 나오는 분은 자식의 병을 미워한 나머지 자식의 소중한 목숨까지 죽였다. 그는 자식의 병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보나마나 굿을 하라는 둥, 정신병원에 넣으라는 둥 주변의 곱지 않은 조언에 정신이 팔렸을 것이다.

 

둘째, 이 환자의 경우 발병 증세를 보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로 열일곱 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흔다섯 살이 되도록 이 환자의 부모는 아들이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따라서 그냥 못된 놈, 불효자 놈 정도로 인식한 듯하다. 막연히 지나간 28년여의 세월을 지옥같았다고만 했으니 거의 무방비로 아들을 방치한 것이다. 조울증으로 입원했다가 일주일만에 퇴원했다니, 해당 병원도 의사도 조울병의 위험성에 대해 부모에게 잘 설명하지 않은 듯하다.

 

다른 시각으로 보자. 이 부모는 자신들의 무지 때문에 아들이 28년여를 조울병에 시달려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왜 몰랐을까. 진작 고쳐줬더라면 이런 일이 없고, 이 아들도 정상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했을 텐데, 부모의 노력과 정성이 부족했던 것이다. 또 주변에서조차 이 환자를 도와주지 않은 듯하다. 그냥 미친 놈, 나쁜 놈, 불한당 정도로 치부하고 대면을 거부하거나 회피한 모양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정신장애인이라고 나쁜 놈이 아니다. 그냥 병증이 그렇게 나타날 뿐 그 내면에는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는 보통 인간이다. 이런 인식을 빨리 가져야 한다. 특히 회사나 집단에서 이런 환자가 발생할 경우 쉬쉬하며 뒤에서 욕이나 해댈  뿐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를 욕이나 하면서 따돌리는 것은 범죄를 부추기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미친놈이라고 말하거나,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거든, 정말 그 사람이 정신질환자는 아닌지 잘 살펴보고, 의심이 간다면 부모에게 연락하든, 어떻게 수를 쓰든 병원으로 보내주기 바란다.

 

세째, 정신질환은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이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병증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부모도 몰라보고 죽일 수도 있고, 불을 지르거나 집안의 가재도구를 때려부술 수도 있다. 물론 죽여도 죽인 줄 모르고, 불을 지르고도 지른 사실을 곧 잊는다. 지하철에서 사람을 선로로 밀어댈 수도 있고, 불특정인들을 죽일 수도 있다. 꿈과 현실,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면 이런 질환은 가난한 농부가 감당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국가가 나서서 이런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맡아야 한다.

 

이 기사에 나오는 청년의 경우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28년여를 방치당했다. 부모가 논밭을 팔아 치료했다는 것으로 보아, 병원치료가 아닌 다른 이상한 치료를 한 듯하다. 필시 굿이나 천도재 따위를 하느라 논밭을 팔았을 것이다. 정신치료 비용 자체는 논밭을 팔만큼 결코 비싸질 않고, 도리어 국가가 비용의 거의 전부를 도와준다.

 

그래서 나는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국가가 조기발견-치료-재활까지 전과정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설사 일시 퇴원을 하여 집에 가더라도 복지사가 일일 방문을 하든 며칠 간격으로 방문을 하든 관찰하고,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신질환자는 결코 말로 설득해가지고는 행동이 제어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고, 이것이 효과를 볼 때 상담치료가 약간의 도움이 될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신질환은 치료와 보호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모든 부모가 다 그런 상식을 갖고 있을 리 없다.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벅차므로, 나라가 나서서 이들이 무의식 상태에서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고, 본인에게도 조기 치료 및 집중 치료 기회를 주기 위해 적절한 통제와 지원에 나서야만 한다.

 

- 혹시 정신장애인을 길에서 만나게 되면

 

일단 경찰에 신고하여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안그러면 언젠가는 환자가 위험을 당하게 되고, 불특정인이 위험해질 수 있다.

경찰은 부모를 설득해 정신장애인을 전문병원으로 데려가 정밀 진단을 받게 하고, 가능하면 입원시키도록 권유한다.

(환자가 성인이라면 경찰이 직접 병원에 데리고 가 도와주면 더 좋다. 사건 예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굿이나 천도재, 안수기도 따위는 아무 도움이 안되니 반드시 병원치료를 받으라고 한번 더 권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장애인진단서를 끊어 정부의 보호를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장애인 등록(해당 구청, 읍면동 복지담당)이 되면,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치료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논밭 팔 일이 없다. 정부에서는 생활비를 보조하고,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한다. 이 사실을 몰라 정신장애인 자녀를 골방에 가둬놓고 쉬쉬하는 사람들이 있다. 쉬쉬하면 부모는 편할지 몰라도 환자는 죽는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그러지 말고 세상에 내놓아야 빨리 치료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런 비극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