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뭔지도 모르고 친구가 알려주길래 살금살금 쓴 글이 제법 되었다.
그런데 1년 남짓 하고나니 그만 둥지를 튼 엠파스 블로그가 없어진단다.
어젠 최고장이 날아왔다. 언제까지 방 빼라-
요즘 그거 퍼나르느라고 지겨워 죽겠다.
더듬더듬 저린 손가락으로 이 짓을 하자니 그것도 꾀가 나 부지런히 하질 못한다.
그새 힘들 때 힘들다고 쓰고, 슬플 때 슬프다고 쓰는 등
비밀하고 은밀한 글만 서로 읽을 수 있는 '친구'를 여럿 맺었는데,
전쟁이 나서 피난 가듯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흩어지고 있다.
여기로 간다, 저리로 갈까, 어디서 다시 보자, 눈물을 흩뿌리지 않아 그렇지
영락없는 생이별이다.
사람이라는 게 삼사 년 지나면 만나는 친구들도 달라져
불과 몇 년 전에 히히덕거리며 카드 치던 친구들이 연락조차 되지 않는 것처럼
회자정리가 세상의 법칙이라지만
이렇게 억지로 헤어지니 역시 가슴이 아프다.
나는 다음 블로그로 이사오고, 누군 네이버로 이사가고,
누군 티스토리라고 어딘지 생전 처음듣는 낯선 나라로 이사갔단다.
가까스로 서로 통하고 맺는 노력을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쉰다섯 먹은 누님은 블로그를 통한다는 게 뭔지 몰라
먼데서 기차타고 동생네 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처럼 기웃거린다.
그러니 이 누님은 내가 숨어 있는 안방에는 들어와보지도 못하고
문밖에서 아무나 봐, 하고 걸어놓은 글이나 몇 개 읽다가 그냥 돌아가신다.
나도 무지해 저 먼 통영 친구가 일찍이 통하기를 신청해 놓았지만
어디서 맺는 건지 몰라 헤매다가 오늘에야 가까스로 '허락'했다.
남의 집에 오니, 남의 동네에 오니 다 낯설고 서툴다.
큰형이 결혼할 때 우리 오형제가 오늘날처럼 용인으로, 천안으로, 대전으로
멀리 찢어져 살 줄 모르고 박수치고 노래하고 술마셨는데, 그저 평생 형제들이 씨름하며 다정히 살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나 만나는 손님 아닌 손님, 동창아닌 동창이 돼버렸다.
이래가지고야 동창회나 계모임, 인터넷 카페 모임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고야 이렇게 적고보니 난 동창회도 없고, 계모임도 없고, 카페 모임도 없으니 이를 어쩌나.
오래도록 살 맞대며 다정히 살던 부부도 일단 헤어지면 아프리카 친구나 외계인이나 되는 것처럼
영 딴 사람, 먼 사람, 모르는 사람처럼 되는데, 뭐 블로그 친구가지고 무슨 감상을 떤담.......
내가 열이나 되는 내 새끼들(애완견)을 20년 가까이 기르다 하나둘 보내
오늘날 그 마지막 그림자 같은 장애견 하나 끌어안고 사는데,
이놈들이 이삼년에 하나씩 하늘로 갈 때는 참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무슨 사당마냥 우리집에도 가묘가 있어 애들 사진 놓고, 향불 피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움이 줄지 않는다.
92년에 태어난 내 딸은, 돼지저금통에 동전 넣듯 정을 쏟아부어 제법 넘치건만
나이가 차니 한 집에 살지 못하고, 저하고 나하고 전화로 언제 보자, 된다 안된다, 애절하게 부르짖지만 이 역시 뜻대로 안된다.
쓸쓸하냐고 물어주는 이 없으니 응, 하고 대답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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