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는 손꼽아 가며 설날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지금은 설날이 올까봐 은근히 겁이 난다.
나이 먹는 것도 귀찮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언제 마흔이 되어 어른으로 행세할까 조마조마 기다렸는데, 막상 마흔이 넘고 나니 무슨 쏜 화살처럼 세월이 흘러가버린다. 괜히 마흔을 넘겼다 싶을 정도다. 고개 돌려보면 삼사 년씩 휙휙 지나가버리는 것같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한번 맞은 날은 다시 오지 않건만 약아빠진 인간은 달력이라는 걸 만들어 놓고 오늘이 그날이라고 우긴다.
심심하니 내가 태어나던 지점에서 오늘 이 시각까지 숨차게 달려온 거리나 계산해볼까.
지구적으로 계산하면 약 50년 X 365일 X 24시간 X 60분 X 29킬로미터 = 7억 6212만 킬로미터네.
끔찍하군. 이러니 설날이 무슨 의미야. 1년이면 150만 킬로미터나 멀리 날아가버리는걸. 작년 설 쇠던 지점하고 오늘날 설 쇠는 지점 차이가 무려 150만 킬로미터나 된다는 거 아닌가. 휴우~.
그래도 이건 좀 낫지. 사실 지구적으로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거다.
버스 안에서 뜀박질하는 것같은 거니까.
우리 지구의 버스는 뭔가. 바로 태양이다. 태양은 지구보다 더 빨리 돌아서 1초에 240킬로미터를 달리니 쉽게 계산해 지구의 열 배 정도라고나 할까. 태양의 관점에서 보면 작년 설 쇠던 지점하고 올 설 사이 거리는 무려 1500만 킬로미터가 된다.
그런데 이로써 끝나지도 않는다. 은하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더 빠른 속도로 어딘가로 달린다.
은하로 끝나지도 않는다. 은하단이 있고, 그위에 초은하단이 있고, 초초은하단이 또 있다.
이렇게 계산하면 1초 간격을 거리로 재는 것도 실은 겁이 난다.
머리 터지기 전에 고분고분 떡국이나 먹고 고갤 숙여야겠다.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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