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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작품/태이자 우리말 사전 시리즈

100원에 딸 판 이야기

내가 아는 스님이 운영하는 카페에 오른 글이다.

글 내용 때문에 올린 것이 아니라 글 가지고 시비걸려고 올린다.

그러니 먼저 감상부터 하시고.....

 

여섯살 정도밖에 안돼 보이는 딸을
100원에 팔겠다는 여자 주변에는
이미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있다.

"저 여자 완전히 미쳤구만"
"개도 3000원인데 딸이 개 값도 안 되냐" 등
사방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군인은 먹을 게 없어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봤어도
딸을 팔려고 내놓는 건 처음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고작 100원에...

이 때 "우리 엄마,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어요" 라고
딸이 외쳤다.
알고보니 암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던 어머니가
딸을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100원에 판다'는 글을 들고 장터로 나온 것이었다.

곧 사회안전원들이 들이닥쳤다.
"여기가 사람을 노예처럼 사고 파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인줄 알아?
너 같은 여자는 정치범 수용소로 가야 해" 라며
어머니를 연행하려 할 때

한 군인은 100원을 어머니에게 내밀며
"당신의 딸보다 그 모성애를 사겠다" 면서
딸을 데려가려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군인의 손을 한번 부여잡더니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아났다.
구경꾼들은 군인의 마음이 바뀌어
딸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할까봐
어머니가 줄행랑을 친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내 펑펑 울면서 다시 나타났다.
100원짜리 허연 밀가루 빵을 손에 쥔 채로.
그녀는 딸에게 빵을 먹이며 통곡했다.

- 탈북자 김운주(가명) -

 

 

여기서 우리 스스로 자성해야 할 것이 있음을 본다. 북한에서 살아온 사람이 쓴 글인만큼 몇 가지 낯선 게 있다. 그러니 우리가 쓴 글이 수십 년, 수백 년 지나면 얼마나 어려운 글이 되겠는가.

 

- 100원의 가치가 얼만지 설명이 없다. 우리돈 원화와 헷갈리기 쉬울 때는 표기를 해야 한다. '개가 3000원'이라는 표현으로 미뤄 짐작해야 하는데, 개도 강아지인지 성견인지 알 수가 없다.

 

- 여섯 살 딸이 "우리 엄마,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어요"라고 했다는데, 여섯 살 어린아이는 이런 언어를 구사하기가 어렵다. "우리 엄마, 암에 걸렸어요."라고 하지 거기에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표현까지 붙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작은 실수가 글맛을 떨어뜨린다. 조미료를 필요 이상 친 것처럼.

 

- "어머니는 군인의 손을 한번 부여잡더니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아났다." 이것도 이상하다. 주어를 어머니라고 한 거야 이 카페 제목이 "dk, 어머니, 어머니(http://cafe.daum.net/mothermymother)"라니 이해해주련다. 원래 '여인은, 그 여자는'으로 써야 맞다. 난 '그녀 '는 안쓰니까 그건 빼고. 군인의 손을 부여잡더니 어디론가 달아났다는 이상하다. 문맥으로 보면 손으로 잡았으면 놓는 행위도 있어야 하는데 손을 놓치 않은 채 어디론가 간 것이다. '군인의 손을 잡아보고는' 등으로 다음 행위로 나아가기 위한 절차가 있어야 한다.

 

- 군인의 등장이 매끄럽지 못하다. "군인은 먹을 게 없어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봤어도"에서 시점이 바뀌려면 그냥 '군인은'으로 나올 게 아니라 '마침 휴가가 끝나 귀대 중이던 한 군인이', "마침 지나가던 군인 한 명이'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등장인물이 새로 나오거나 시점이 바뀔 때는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느닷없으면 독자들이 놀란다.

 

- 마지막에 이 여인이 딸 판 돈 100원으로 밀가루 빵을 사다 딸에게 먹였다는데, 앞뒤가 안맞다. 앞에서 "우리 엄마, 암에 걸려"라면 100원으로 암치료하는데 쓸 듯한데, 기껏 딸 빵 사다준다는 게 말이 안된다. 혹시 100원 중에 1원으로 빵을 샀다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인이 읽자면 100원을 다 주고 겨우 빵 한 개 사다준 것으로 읽기 쉽다. 암 치료비는 100원으로 되는 건지, 이런 설명이 있어야 한다. 글이란 늘 친절해야 한다. 어차피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 쓰는 것이니 그렇다. 알아듣게 써야 글이고 말이다.

이런 글을 보면서 우리 문학이 노벨문학상 같은 큰 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대강 짐작해 볼 만하다. 저만 아는 소리만 하다가 끝나버리고 마니 상대가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 구슬픈 사연이 나쁜 글 구조에 걸려 제맛을 잃었다. 재료가 나쁜 게 아니라 요리가 잘못됐다.

(이 카테고리는 글만 다루는 곳이라 내용에 대해서는 노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