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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태양/허신행을 읽다

허신행 전집을 읽고

오늘 오후 여섯시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허신행 전농림부장관 출판기념회 때 연설한 내용이다.

일종의 독후감인데, 정치인들이 많이 오는 자리라서 정치 비유를 많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소설가 이재운입니다.

 

고대 정치에서 한 나라의 국운은 왕이나 황제의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왕이나 황제의 임기는 평생 보장되고, 입법 사법 행정 등 모든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민주사회에 이르러 한 나라의 국운은 더 이상 대통령이나 총리 한 사람의 지도력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이 사실을 다 아는데 정작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이 과거 봉건시대의 낡은 사상에 빠져 그간 많은 혼란이 있었습니다. 헌법에 의해 단지 5년간 권한을 위임받은 단임 대통령이 마치 봉건시대의 왕이나 되는 양 너무 많은 것을 개인의 의지로 추진하고, 설계하고, 목청을 높이다 보니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늘 불행하게 임기를 마칩니다. 대통령이 어떤 자린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깁니다. 헌법이 그 권한을 거두는 날, 그간 쥐고 있던 권력이 한 줌도 안된다는 걸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멋대로 말할 권리를 획득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어지럽습니다. 남북은커녕 영남과 호남의 화합도 요원합니다.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정치 체제로는 천년이 가도 이같은 지역 대립 구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답답하겠지만, 오늘 여러분들이 모인 이 자리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허신행 전장관의 필생의 저작물에 그 답이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나옵니다.

 

먼저 7권 한몸사회를 보면 저자는 예언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지력이 번득입니다. 예로부터 훌륭한 지도자는 예언자적인 기질이 있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먼바다로 나가면 거기 낭떠러지가 있다고 믿던 시절에 지구는 둥글다고 믿고 과감히 항해를 한 사람은 신대륙을 발견합니다.

8비트 짜리 개인용 컴퓨터가 나온 걸 보고 세계최대의 글로벌 기업이자 수십 억, 수백 억원 나가는 수퍼컴퓨터를 만들어 팔던 IBM은 우린 그따위 장난감은 만들지 않겠다며 코웃음을 칩니다. 장난감컴퓨터를 만들던 회사가 바로 애플이요, 인텔이요,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전화기를 발명한 벨이 당시 최대의 전신기회사이던 웨스턴유니언사를 찾아가 특허권을 팔려했지만 그들은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벨은 할수없이 회사를 차렸지만, 오늘날의 빌 게이츠와 같은 어마어마한 거부가 되고, 그를 조롱하던 웨스턴유니언사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저자는 <한몸사회>에서 인류가 원시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사회, 정보사회를 거쳐오면서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밝히고, 그 다음에 도래할 사회가 바로 평등을 전제로 한 한몸사회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렇지만 평등사회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평등사회가 아닙니다. 한몸사회가 되려면 제4권에 나오는대로 <상생상멸>의 이치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내가 살아야 남도 살고, 남도 살아야 나도 산다는 이 간단한 이치를 가슴으로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내가 죽으면 남도 죽고, 남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한몸사회의 전제 조건입니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제5권에서 도본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이 책들에서 저자는 허망한 공상론은 펴지 않습니다. 이 책을 탐독하면 현실정치에 대한 해답도 나옵니다. 저자가 속한 민주당이 국회에서 해머를 동원했습니다. 정당하다고 아무리 우겨봐야 상스런 짓일 뿐입니다. 남이 나쁘면 나도 나빠진다는 상생상멸의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저급한 행동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국회 해머사태는 평등하지 않은 데서 생긴 사고입니다. 민주당의 정치 세력과 한나라당의 정치 세력이 불평등하며 불균형하기 때문입니다. 대칭과 균형은 우주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우리 두뇌도 좌뇌와 우뇌가 조화를 이룰 때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한쪽이 비대하면 그렇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이치로 보면 민주당은 투쟁이 아니라 지지 세력 규합에 나서야 합니다. 정치인이 돼가지고 황산벌의 5천 결사대처럼 굴어서는 안됩니다. 국회의원이 무슨 의병입니까.

 

오늘날 한나라당을 비대화시켜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민주당이 작아지고 한나라당이 비대해지면 민주당이 불리한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불리하고 나라도 불리합니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이 너무 커지니까 공천비리가 생기고, 계파가 생깁니다. 나라를 위할 생각은 하지 않고 떼를 지어 분열하고 저희끼리 헐뜯고 비난하는 일에 열중합니다. 만일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비슷한 의석을 확보했더라면 한나라당도 그렇게 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독재가 나쁘고, 독점이 나쁘고, 독주가 나쁜 것입니다.

 

이 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상생상멸의 원리를 깨달아 평등주의를 실천하고, 깨달음으로 도본주의를 이루면 한몸사회라는 새로운 문명이 열리게 된다. 그 새로운 문명에 우리가 앞서나가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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