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대아·무아·진아는 하나이면서 다른 측면들이다. 인간을 국부적으로 볼 때는 소아요, 전체로 보면 대아이고, 겉모습만 보면 무아요, 참 실체만 보면 진아이다. 이 모두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코끼리의 어느 부위를 만져보았느냐에 따라서 기둥일 수도 벽일 수도 있듯이, 인간이 거대한 우주의 만유 가운데 어느 부위를 어떤 시각으로 보았느냐에 따라서 소아나 대아 또는 무아나 진아로 말할 수 있다.
바다 속에 있는 어느 물고기에만 관심과 시각을 국한시켜 관찰하면, 그 물고기는 소아요 독자적인 존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야를 좀더 넓혀서 바다 전체에 관심을 갖고 총체적으로 관찰하면, 바다는 한 덩어리요 대아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바닷물이 곧 물고기요, 물고기들이 바로 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다른 한편, 물고기나 바다의 겉모습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조금만 관찰해본다면, 그것들이 무상無常하고 허망하다는 사실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무아에 접하게 된다. 또한 겉모양과 움직임에서 잠시 벗어나 지혜의 눈으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진아, 즉 실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까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로 개별적으로 특성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다보면, 모두가 소아로서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같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 앞에서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듯이, 지구 전체를 관찰해보면, 이것 역시 하나의 유기체와 같고 그것이 곧 대아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러다가도 소아나 대아의 겉모양과 활동에 관심을 집중하고 잘 관찰해보면, 그것들이 모두 무상하고 허망하다는 사실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때 허망함으로부터 정신을 차리고 지혜의 눈으로 보면, 만유 가운데 진아 아닌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까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소아가 대아요, 대아가 무아이며, 무아가 곧 진아이고, 이 모두가 하나이면서 제각각 다른 측면이다. 따라서 ‘나’란 바로 소아·대아·무아·진아의 통합체일 수밖에 없다. 통합체란 말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이들 모두가 서로 떨어진 적이 없고 별개인 적이 없는데, 통합은 무슨 통합이겠는가. 지금까지 우리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제각각 별개의 것으로 생각해온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통합이라는 용어를 동원했지만, 이 모두는 코끼리처럼 본래 하나였다. 그 하나가 바로 ‘나’, 즉 ‘참나’이다.
- 허신행 <<한몸사회>>(범우사) 전집 2권 <깨달음 기반 한몸사회 탐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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