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새벽, 그립고 그립던 우리 도롱이가 아빠를 찾아왔다.
미국에 오래 있다가 돌아와 아빠를 기억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도롱이에게 다가갔다.
꿈은 맨날 이런 식이지. 말도 안되는 줄거린데, 왜 꿈에서는 그토록 실감이 나지.
아빠를 걱정했는지 털빛이 가장 윤기나고 건강할 때 모습이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하는 듯 멍하니 바라보더니 가까이 다가가자 도롱이가 꼬리를 치며 달려와 품에 안겼다.
도롱이를 안았다. 도롱이 얼굴에 내 얼굴을 대니, 도롱이가 힝힝거리며 마구 비빈다.
도롱이가 간 지 두번째인 것같다. 도롱이는 미친 듯이 울부짖고 내 볼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두 팔로 덩치 큰 도롱이를 안으니 옛날 그 기분 그대로다.
넉넉하다. 도롱이 체온이 느껴진다.
아, 이대로 꿈이 깨지 않았으면, 그렇게 기도했다.
나는 꿈을 꾸면서도 이게 꿈이라는 걸 아는 병에 걸려 재미가 덜한 편이다.
그러고 보니 먼저 간 도담, 도란, 도리, 도신, 도롱, 희동이는 다 인사를 하고 갔다.
최근에 간 다래와 도조, 그리고 속썩이던 도반이만 아직 오지 않았다. 꿈에라도 보이면 그리움이 가시겠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아직 하늘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걱정이다.
씩씩하게 자유를 꿈꾸던 다래야 어느 하늘로 가든 잘 적응하겠지만, 평생 아빠 품을 떠나보지 못한 도조는 참말 어려울 것이다. 아빠 이불에 들어와야 잠 자는 줄 알고, 아무리 먼 곳이라도 아빠가 있으면 힘들어도 힘든 줄 몰라하던 아이니 더 그렇다. 부득이 병원에 맡겨 놓는 날이면 게이지를 다 물어뜯어가며 발광하여 간호사들이 쩔쩔매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품이 비록 관세음보살이라도 해도 도조는 거부할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겠지, 아빤 이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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