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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바니 도란 도조 도쉰 다래

바니의 연말연시

바니가 지난 연말에 3주간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역시 소변을 자력으로 누지 못하는 이유로 생긴 염증이다.

자궁내 출혈이 약간 있고, 방광염과 요도염이 발견되어 선제조치로 치료를 했다.

오줌 빛깔로 이상 유무를 짐작할만하기 때문이다.

요즘 강추위로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다보니 운동이 부족하여 자력으로 소변을 보는 능력이 향상되질 않는다.

 

그러자니 바니만 두고 몇 시간씩 외출하는 게 어려워 열선이 깔린 조수석에 담요를 깔고 태워다닌다.

서울을 가든 어딜 가든 옆자리에 태워 중간에 물도 먹이고, 요구르트도 먹이고, 서너 시간에 한번씩 소변을 짜주기도 하고, 더러 대변을 받아주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옷에서 개냄새가 난다고 할까봐 나름대로 조심하는데, 그래도 후각이 발달한 사람들은 용케 알아챈다. 그러니 미리 양해를 구하고, 멀찍이 앉는 게 좋다.

 

양복을 잘 안입는 나지만, 입어야만 하는 자리도 있는데 이런 날이 가장 어렵다.

외투를 입은 채 바니를 다뤄야 속에 입은 양복에 냄새가 배지 않는데, 급하다보면 비싼 양복을 입은 채 소변 뉘어야 할 때도 있다. 난 안쓰고, 딸만 쓰는 페브리즈를 요즘 내가 더 쓴다.

 

2월까지만 실내에 두면 3월부터는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부지런히 운동을 시켜 소변 문제를 완전해결해야만 할 것같다. 저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하다. 나는 냄새로 고생한다지만 저는 몇 시간씩 한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니 얼마나 심심하고 힘들겠는가.

며칠 전 책 교정을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여섯 시간이나 머문 적이 있는데, 그날 기온이 영하 14도였다.

차에 있기 힘든 날씨라 엔진을 돌려 히터를 켰는데 그것도 너무 오래 켜니 실내로 개스가 들어오는 것같아 중간중간 환기를 시켜야 한다. 같은 자세로 몇 시간 앉아 있으라고 못하니 가끔 안아서 밤하늘을 구경시켜주기도 해야 한다.

 

누굴 태워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바니는 마치 집을 지키듯이 짖기도 한다. 멋쩍고 미안하지만 어쩌는 수가 없다. 어린 심청이 젖 얻어먹이던 심봉사처럼 바니를 데리고 다니는 게 요즘 가장 불편한 일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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