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23 (화) 09:26
도조가 간 지 20일이 되었다. 아직도 도조가 발밑 책상아래에 있는 것만 같다.
지금쯤 어느 하늘로 가 무슨 일을 겪고 있을지 궁금하다. 혹시나 영혼이나마 집에 찾아올지 모를 도조를 위해 이따금 금강경을 틀어놓는데, 듣고는 있는지, 외롭지는 않은지, 무섭지는 않은지, 먼저 간 도란이, 도롱이 등은 만났는지 모르겠다.
도조가 가니 나 먹는 게 편하다. 도조가 보채 오징어 따윈 거의 구워먹지 못했는데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좋다. 밥 먹을 때도 낑낑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아 마음이 편하다. 밤이면 이불 깔아달라고 소리치지 않아 좋다. 녀석 눈 멀어 아무 데나 오줌 싸면 걸레들고 다니며 닦지 않게 되어 정말 편하다. 밥때가 되면 믹서를 돌리고 숟가락이나 주사기로 먹이는 짓 안해 아주 편하다. 무엇보다 도조가 수시로 드나들던 화장실이 요즘에는 맨발로 다녀도 좋을 만큼 깨끗해졌다.
실내에서 개를 기른 지, 도조 나이에 2년을 더한 21년인데 이제야 집에서 개털이 안보인다. 개냄새도 나지 않는다. 실외견 바니가 남아 있지만 그 정도는 놀고먹기다.
그래도 그 모든 수고를 다시 하더라도 도조가 돌아온다면, 돌아올 수 있다면 다시 침대를 사들이고, 방석을 마련하고, 맛난 캔을 한 박스 사들일 것이다. 먹는대로 다 토하더라도 즐겨 치울 것이다. 아무 데나 오줌 싸도 걸레를 하루 종일 빨아대더라도 따라다니며 치울 것이다. 다시 한번 도조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함께 잠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 도조는 또 아빠의 체온이 얼마나 그리울까.
도조가 죽기 전에도 늘 이런 마음으로 녀석을 돌봤다. 지금은 몸도 귀찮고 돈 많이 들어 귀찮지만 언젠가는 이러는 것도 그리울 거야 하면서. 세월이란 이래서 무섭다. 오기로 작정된 시간은 반드시 온다. 10년 뒤라고 하면 멀 것같은데 알고 보니 잠시고, 20년도 잠시고, 30년도 잠시다. 우리 도조가 겨우 19년을 살다 갔는데, 오늘 고등학교 기별동창회에서 졸업 30주년이라면서 모이자고 연락이 왔다. 그냥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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