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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바니 도란 도조 도쉰 다래

바니는 너무 뚱뚱해

2008/08/08 (금) 18:12

 

우리집 장애견 바니한테 예기치 못한 변화가 생겼다. 한창 걷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뚱뚱해진 몸으로 걷는 연습을 하자니 저도 힘들고 주인인 나도 힘들다.

 
원인은 이러하다.
우리 경로견 도조 할아버지께서 입이 하도 까다로워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는데, 그때마다 이게 아깝다고 바니한테 후식으로 제공한 것이다. 바니야 두 번을 주든 세 번을 주든 주면 주는대로 다 받아먹는 먹성 좋은 아이라서 난 그냥 잘 소화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도조가 식욕이 떨어지기 시작한 3개월 전부터 얻어먹기 시작한 후식이 기어이 살로 그 흔적을 남겼다. 나도 가랑비에 비 젖는다고 바니가 살찌는 걸 잘 모르다가, 어제 무슨 일로 시내에 나갔다가 바니하고 똑같이 생긴 말티즈 한 녀석이 날씬한 아가씨 품에 안겨 지나가는 걸 보았다. 이런 때면 원래 아가씨 얼굴이라도 훔쳐볼 법하지만 난 강아지 얼굴을 더 자세히 본다. 그런데 이 말티즈는 어찌나 날씬한지 우리 바니하고는 비교가 안되었다. 그제야 난 우리 바니가 원래 그 말티즈처럼 날씬한 적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 식사를 3/1로 줄였더니 바니가 성질을 부렸다. 가로 2.5미터 세로 1.3미터쯤 되는 게이지 안에서 열 바퀴를 빙빙 돌면서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하는 수없이 도조가 남긴 음식을 또 주었는데, 그래도 평소 급식량의 절반 정도밖에 안주었다. 영양제를 섞어주더라도 급식량은 대폭 줄여 체중 조절을 해야겠다. 안그러면 겨우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는데, 평생 장애견으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저도 힘들겠지만 실제로는 주인인 내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나 편하기 위해서라도 바니 체중을 줄이고, 부지런히 운동을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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