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장애견 바니는 지난 해 가을에 기적적으로 소변을 보는 데 성공해 아빠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늦가을이라서 하는 수없이 거실로 들어와 소변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어쩌다 해가 좋은 날 골목에 나가 산책을 해보지만 소변을 자력으로 보지 못했다. 습관이 안되어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겨울은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그저께 거실에 바니 걸어다니라고 깔아주는 매트를 새 걸로 갈아주었는데, 어찌나 좋아하는지 질편하게 오줌을 싸버렸다. 자력으로. 원래 오줌을 거실에 싸면 야단맞아야 하는데 우리집에서는 아무도 말리지 않고 환한 얼굴로 "오, 그래. 더 눠, 더 눠." 이런다. 어쨌든 바니가 오줌을 제법 많이 싸는 바람에 매트는 다시 빨아야 했다.
오늘, 날이 좋아 바니를 데리고 골목을 산책했다. 뒤뚱거리기는 하지만 산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만한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그래도 욕심이란 한이 없는 것, 제발이지 소변을 봐주면 좋으련만 하면서 걸었다. 그런데 웬걸, 바니는 세 번이나 잇따라 오줌을 누었다. 양도 제법 되었다. 전에 건강할 때처럼 뒷다리를 쪼그려 앉은 자세로 흔들흔들 오줌을 뿜어냈다. 기쁘다. 자력으로 소변을 본다는 게 내게는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서너 시간마다 소변을 짜주고, 대여섯 시간마다 대변을 짜주는 이 오랜 간병 생활을 머지 않아 그만두어도 된다는 조짐 아닌가. 대변이야 원래 자력으로 가능한데, 내버려두면 시간 조절을 못해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주인 편하라고 시간을 잘 봐가며 뉘는 것이니 문제가 아니다. 대변 짜준다고 기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 바닥에 깔아준 담요도 걷어내고 소변이나 대변을 볼 수 있도록 푹신한 매트와 패드를 깔아줄 것이다. 날씨가 여름날씨처럼 좋고 풀향기까지 그윽하니 바니도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바니 엄마 다래나 바니 할머니 도리는 기분이 좋으면 언제나 오줌을 싸곤 했다. 바니를 기쁘게 해서라도 소변 기능이 완전히 돌아오기를 기다려야겠다. 봄꽃 향기 맡게 해주고, 이웃집 하얀 푸들이 산책 나오면 얼른 내보내 같이 어울리게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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